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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조카라서 변호” 이재명, 또다른 잔혹 교제 살인사건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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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앞에서 그 엄마 8회 찔러 살해한 교제남에 “음주감형” 변론

李측 “다른 공동 변호인이 수임·변론, 李는 이름만 올려”

당시 공동변호인 “누가 주무였는지 기억 안 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006년 조카의 교제 살인 사건을 변호했던 일을 사과하면서 “친척들 일이라 제가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후보가 일가 친척이 아닌, 또 다른 여성 상대 교제 살인 사건에서 가해자 변호를 맡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내연 관계에 있던 여성이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여성과 그의 딸에게 농약을 들이밀며 음독을 강요하고 “딸은 보내달라”는 대답에 흉기로 여성의 복부를 8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살인범을 이 후보가 다른 변호사 1명과 함께 공동변호했던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감형을 요구했던 것으로 기록엔 나온다.

조선일보

2007년 9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던 이재명 변호사.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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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해당 사건 1·2심 판결문 등에 따르면, 2007년 8월 3일 가해자 이모씨는 자신과 내연 관계에 있던 4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살인 사건 전까지 이씨는 A씨와 4년 가까이 동거하던 사이였다. A씨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100만원씩 지급해줬고, 그녀의 큰딸 대학 등록금도 납부해줬다. 그러던 가운데 A씨가 그 해 6월 24일 헤어지자고 말했다.

이별을 통보받은 이씨는 A씨에게 ‘그간 줬던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가 이에 응하지 않고 만나달라는 제안까지 거부하자 이씨는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날길이 26cm 흉기와 농약을 준비해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A씨 집으로 향했다.

이씨가 찾아왔을 때, A씨는 딸과 함께 집에 있었다. 집에 들어간 이씨는 부엌에 있던 가스호스를 회칼로 절단했다. 이씨는 “경찰을 부르라. 다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와 그 딸을 방으로 집어넣고, 가져온 농약을 밥그릇 2개와 잔 1개에 부었다. 그는 “다 죽여버릴거야”라며 마시라고 강요했다. A씨 작은 딸에게는 “너는 니 언니 대신 죽는 거야”라고 말했다.

A씨는 이씨에게 ‘살려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딸 앞에서는 농약을 마시지 못하겠다. 작은 딸은 보내달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이씨는 “시끄럽다”며 회칼로 A씨 양쪽 옆구리와 복부를 8차례 찔렀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이튿날 숨졌다. 이씨는 경찰과 검찰 수사를 거친 뒤 살인 등 혐의로 2007년 8월 17일 기소됐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의 첫 변호인은 국선변호사였다. 그러나 첫 공판 전에 인선이 취소됐다. 대신 이재명 변호사와 김모 변호사가 9월 10일 이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이재명 변호사는 이 재판 과정에 2차례 출석했다. 첫 공판이 열린 9월 13일과, 10월 4일 두 번째 공판 때 나왔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이씨 측은 이 과정에서 “사건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상실 내지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1심 선고는 같은해 11월 15일이었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심신미약’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무자비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딸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재명 변호사는 선고 공판 때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검사 측은 ‘형이 너무 가볍다’고, 피고인 측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각각 항소했다.

이씨는 2심에서는 다시 국선변호인을 변호인으로 골랐다. 항소심은 두 차례 열렸고 이듬해 2월 선고가 나기까지는 3개월 가까이 걸렸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2형사부는 이씨에 대해 “생명을 잔인한 방법으로 박탈한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며, 범행은 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범행을 자백하며 죄를 참회하고 있다”며 원심의 형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2008년 3월 상소를 포기하면서 징역 15년은 확정됐다.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해남군 화원면 해남 오시아노 캠핑장에서 열린 명심캠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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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이 후보가 변호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2007년 성남 수정구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제 일가(一家) 중 1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사과했던 조카의 ‘모녀(母女) 살인 사건‘ 사건과는 다른 건이다.

이 후보가 사과한 조카 살인 사건은 2006년 5월 8일 서울 강동구에서 벌어진 ‘모녀 살인사건’이다. 당시 이 후보 조카 김씨는 헤어진 전 여자친구 B씨가 살던 암사동 집을 찾아가, 준비해온 흉기로 B씨와 그의 어머니를 각각 19회, 18회씩 찔러 살해했다. B씨 아버지는 조카 김씨와 몸싸움하다가 베란다 밖으로 떨어졌다. 김씨는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1·2심 변호인이 이재명 변호사였다. 이재명 변호사는 이 때도 ‘충동조절능력의 저하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07년 2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 후보는 조카 살인 변론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멀다고 할 수도 없는 친척들의 일을 제가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가슴 아픈 일이고 (유족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2006·2007년 ‘변호사 이재명’은 두 건의 ‘교제 살인’을 변호하면서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2018년 ‘경기지사 이재명’은 달랐다.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때다. 살인범 김성수가 아르바이트생과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그의 얼굴 등을 80차례 찔러 살해했다. 김성수의 가족들은 범행 이후 경찰 조사에서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당시 경기지사 이재명은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국민들은 ‘정신질환에 의한 감형’에 분노한다.”

성남 수정구 살인사건 변호와 관련해 이 후보 측은 “해당 사건은 이 후보가 2007년쯤 김모 변호사와 함께 일했을 때 수임한 사건인데, 해당 사건에 이 후보는 이름만 변호인으로 올렸다고 한다”며 “김 변호사가 사건 수임과 변론 작성을 온전히 담당했고, (재판에서도) 변론을 했다기보다는 그냥 자리에 앉아있었던 것, 배석을 같이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와 함께 변호인에 이름을 올린 김 변호사는 “14년 전 사건이라 누가 주무로 변호를 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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