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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TSMC만 아세요? 대만엔 세계 1위 반도체 회사가 또 있다 [차이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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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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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텍 '디멘시티 9000'/사진=중국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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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핫'한 반도체기업인 엔비디아(NVIDIA)와 AMD의 최고경영자는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과 리사 수다. 그런데 반도체 산업에서 대만계 경영자뿐 아니라 대만 반도체 업체의 영향력이 부쩍 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다. TSMC의 정식명칭은 '대만반도체제조회사'(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로 이름만 들어도 대만 업체임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미디어텍(MediaTek)도 올해 급부상했다. 이 기업은 스마트폰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이며 올해 전통의 강자 퀄컴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꿰찼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5500억 달러(약 655조원) 정도이며 이중 약 70%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시장이다.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자체 설계 및 생산하는 IDM(종합반도체기업) 모델이 주요 추세를 이루고 있지만, 비메모리반도체는 '팹리스(반도체 설계)+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업화 모델이 대세다. IDM 모델을 고집하던 인텔 역시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고 생산은 TSMC에게 위탁한 AMD에게 따라 잡혔다.

파운드리와 팹리스(AP,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서 1위로 부상하며 비메모리반도체를 꽉 잡은 대만 반도체 업체를 살펴보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대만 파워: TSMC, U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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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으로 본 대만 3대 반도체 업체는 TSMC, 미디어텍, UMC다. 세 업체 중에서도 지난 23일기준 TSMC의 시가총액이 6293억 달러(약 749조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 미디어텍 시가총액은 604억 달러(약 72조원)을 기록했으며 우리나라 SK하이닉스(87조원)에 못 미친다. 역시 파운드리업체인 UMC 시가총액은 281억 달러(약 33조4400억원)다.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52.9%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17.3%로 2위를 차지했지만, 그 뒤를 다시 대만 UMC(7.2%)가 차지했다. 4위는 과거 미국 AMD에서 분사한 글로벌 파운드리, 5위는 중국 SMIC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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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TSMC의 파운드리 매출액은 133억 달러(약15조8300억원)로 삼성전자(43억3400만 달러, 5조1600억원)보다 3배 이상이 많았다. 3위인 UMC 역시 공장을 100% 풀가동하면서 수주가격을 올리는 등 올해 대만 반도체업체는 초호황을 누렸다.

이처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파워가 막강하다. 중국 파운드리업체인 SMIC 역시 2000년 대만계 미국인이 설립했으며 TSMC 경영진 출신 대만인이 현재 공동 CEO를 맡고 있을 정도로 대만 영향력이 크다.

한편 파운드리 선두자리를 둘러 싼 TSMC와 삼성전자의 쫓고 쫓기는 경쟁은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24일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약 170억 달러(약 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확정했다. TSMC도 미국 애리조나 주에 120억 달러(약 14조2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 4월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9조원)를 생산시설 확충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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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을 제치고 글로벌 AP 시장 1위를 차지한 미디어텍

올해 미디어텍도 급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AP(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 시장에서 미디어텍은 점유율 43%로 '전통의 명가' 퀄컴(2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분기 24%에 불과했던 미디어텍 점유율은 1년 만에 19%포인트 급증했다.

3위는 애플(14%), 4위는 중국 칭화유니그룹 산하 팹리스업체 유니속(soc)이 차지했다. 유니속 역시 지난해 2분기 4%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올해 2분기 9%로 큰 폭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12%에서 올해 2분기 7%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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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다. 지난해 2분기 15%에 달했던 하이실리콘 점유율은 1년만에 3%로 쪼그라들면서 미디어텍과 명암이 엇갈렸다. 화웨이는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TSMC가 생산한 AP를 사용했으나 미국 제재로 TSMC 발주가 불가능해지자 하이실리콘 점유율이 급감했다. 대신 미디어텍과 유니속이 어부지리를 누렸다.

특히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로 인한 기회를 가장 잘 활용한 기업이 퀄컴을 제치고 글로벌 AP시장 1위를 차지한 미디어텍이다.

최근 미디어텍은 TSMC의 4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5G 플래그십 AP '디멘시티 9000'을 생산한다는 뉴스를 트위터에 올렸다. 퀄컴 역시 오는 12월 초 삼성전자의 4나노공정에서 생산되는 '스냅드래곤 898(가칭)'를 공개할 예정인 등 미디어텍과 퀄컴의 1위 다툼은 내년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대만 IT매체 전자시보(電子時報)는 미디어텍의 1위 달성 공로를 릭 차이 미디어텍 최고경영자(CEO)에게 돌렸다.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공급선 확보를 위해, TSMC·UMC와 1년 이상의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점이 점유율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에서다.

릭 차이 미디어텍 CEO는 TSMC CEO를 역임한 인물로 TSMC뿐 아니라 UMC와도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디어텍이 대만기업이 아니었다면 글로벌 1위를 달성하는 건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는 대만 파운드리와 팹리스업체. 결국 잘 형성된 대만 반도체 생태계가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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