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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말로만 정상화 외친 IBK, 라셈 교체·김사니 징계까지 엉망진창 [MK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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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논란 속에 허우적대고 있는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신임 단장을 선임하고 팀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첫날부터 비상식적인 업무 처리 속에 팬들에게 손가락질만 받는 모양새다.

IBK는 27일 경기도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도드람 V리그 GS칼텍스와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지난 23일 흥국생명전 승리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IBK에서 제 몫을 했던 건 외국인 선수 라셈이었다. 팀 내 가장 많은 14득점을 책임지며 IBK의 공격을 이끌었다.

매일경제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라셈이 27일 GS칼텍스와의 홈 경기에 앞서 방출을 통보 받았다. 사진(화성)=천정환 기자


라셈의 이날 활약이 놀라웠던 건 경기를 불과 2시간여 앞두고 자신의 퇴출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IBK 구단은 GS칼텍스와의 경기 시작 1시간 반 전인 오후 2시 30분에 신임 단장 선임 및 외국인 선수 교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보도자료 배포 시점이다. 단장 선임 소식은 차치하고라도 외국인 선수 교체를 경기 당일 발표한 게 의문투성이다. 라셈은 화성체육관에 도착한 후 자신이 퇴출된다는 소식을 접한 뒤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라셈의 올 시즌 경기력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던 건 사실이다. IBK이 개막 후 최하위를 전전하는 데는 라셈의 부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시즌을 포기하기 이른 시점에서 IBK가 외국인 카드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헤어짐에도 예의가 있다. IBK는 GS칼텍스전 종료 후 오는 12월 2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 전까지 라셈에게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배경을 설명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굳이 경기를 몇 시간 앞둔 선수에게 퇴출을 통보하는 건 잔인한 처사였다.

구단 사무국과 현장 간의 소통도 전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사니 IBK 감독 대행은 외국인 선수 교체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새로 합류할 산타나의 경기영상을 확인한 적은 있지만 교체 결정은 전적으로 구단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팀을 무단이탈했던 김 대행의 징계를 놓고서도 동문서답만 늘어놨다. 보도자료에서 “신임 감독 선임이 마무리되는 대로 김 대행에게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김 대행은 경기 전 “나는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23일까지만 해도 “어떤 제재도 받겠다”고 했던 말을 쉽게도 뒤집었다.

구단 관계자 역시 “김 대행이 사의를 표명하고 사무국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팀을 떠났다 돌아왔기 때문에 무단이탈이 아닌 건 맞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왜 김 대행이 제재를 받아야 하는지를 묻는 취재진에 질문에는 말끝을 흐렸다.

감성한 신임 단장도 주요 논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김 대행이 주장하는 서남원 감독에 의한 폭언 피해도, 김 대행의 무단이탈에 따른 제재도, 서남원 감독의 잔여 연봉 처리 문제도 “진상 조사가 진행 중이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게끔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말로는 쇄신을 얘기하지만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프로 구단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업무 처리를 보여주면서 비판만 자초하고 있다. 개선 의지가 정말 있기는 한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화성=김지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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