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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007 대신 미션 임파서블... 美스파이들 ‘팀플레이’가 대세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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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신분 활용한 첩보전 옛말” 실명으로 활동할 듯

중·러 이미 새로운 형태의 요원들 해외 대량 급파

“혼자 움직이는 007 본드 보다 ‘팀플레이’ 미션 임파서블 형태로 진화”

미 중앙정보국(CIA) 등 미 첩보 기관 요원들이 중국·러시아 등 적성 국가들의 생체 및 안면(顔面) 인식, AI(인공지능), 해킹 등 관련 기술 발전 때문에 해외 첩보 활동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조선일보

美 중앙정보국(CIA)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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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베테랑 CIA 요원들은 가명 신분으로 만들어진 여권들을 들고 국경을 넘거나, 적국 정부에 전혀 탐지 되지 않은 채 자신있게 해외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정보원들을 접촉했었다. 그러나 이는 옛말이 됐다는 것이다. WSJ는 “그들(정보 요원들)의 위치를 끊임없이 노출시키는 스마트폰, 시계, 그리고 자동차, CCTV, 생체 인식 국경 통제 등과 같은 현대 생활의 ‘디지털 기술’에 가로막힌 상황”이라고 했다.

전직 CIA 간부를 지냈던 듀에인 노먼은 이날 WSJ에 “해외에서 정부 기관 외교관이나 기업인으로 위장한 CIA요원이 매일같이 일터 근처에서 휴대폰을 쓰거나, 카드를 긁고 CCTV에 노출되면서 어떻게 은밀한 첩보 활동을 벌일 수 있겠느냐. 이런 ‘디지털 흔적’이 없으면 적국 정부에 신분이 들키게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전통적 첩보 활동의 요소가 (IT 기술 발전 때문에) 산산 조각난 상태”라고 했다. 특히 중국 같은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 인식 기술과 감시 카메라, 휴대폰 GPS 추적 등으로 CIA가 쉽게 침범하기 어려운 감시 체제를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스파이 활동이 어려워 지고 있다고 한다.

앞서 지난 10월에도 CIA가 전 세계 지부에 최근 수 년간 해외 각국에서 미국 정부를 위해 정보원 역할을 했던 현지인 수십 명의 신원이 드러나 붙잡히거나 처형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극비 전문(電文)을 보낸 것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CIA 위기설’이 고조됐었다. 해외 정보원이 발각된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 정보 기관들은 ‘가짜’ 신분을 통해 해외 정보 수집 및 특수 공작을 벌이는 기존 활동에서 벗어나, 실제 신분을 쓰면서도 미 정부와는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없어 보이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첩보 활동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현직 첩보 기관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WSJ는 “중·러는 이미 과학자, 기업인, 학교 선생님 등 실제 신분을 쓰면서 타국의 정보나 기밀을 빼돌리는 ‘비전통적(non-traditional) 첩보 활동’에 전력을 쏟기 시작한 지 오래”라고 했다.

이와 함께 휴대폰이나 차량 GPS등을 이용한 위치 추적 기술을 마비 시키거나, 위치를 교란시켜 적성 국가 정부가 요원들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신기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WSJ는 “내년 설립 75주년을 맞는 CIA가 전례없는 기술적인 도전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했다. CIA 윌리엄 번스 국장도 지난 2월 그의 인준 청문회에서 “CIA가 과거 전통적인 첩보 기술을 계속 운용하는 데 굉장히 복잡한 상황이 됐다”며 “이 기관(CIA)도 다른 미국 기관들 처럼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었다.

이와 함께 미래의 첩보전은 점점 더 ‘팀 스포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미국의 전직 첩보 기관 관계자는 “007 제임스 본드보다는 미래 첩보전은 미션 임파서블과 흡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첩보 영화 시리즈 007에서 영국 정부 소속 요원인 제임스 본드는 주로 혼자 활동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서 미 정보 기관 소속 이단 헌트는 ‘팀’으로 움직인다. “과거엔 고도로 훈련된 스파이 한 명이 정보원을 접선하고, 은닉돼 있는 문서를 회수하는 등의 작전을 혼자서 수행했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감시망을 후방에서 체크해주고, 현장의 요원을 안내해주는 별도의 팀원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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