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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고령화·인구감소→식품값 급등'…위기의 韓농업, D.N.A가 필요하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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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트렉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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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 70대 농부 A씨는 내년부터 사실상 농삿일을 접을 계획이다. 갈수록 힘이 부치면서 한동안은 인력소개소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다 썼다. 한국인, 특히 젊고 힘 좋은 이들은 고된 농삿일을 하려 하지 않아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이마저 어려워졌다. 외국인들의 입국이 힘들어지면서 일꾼의 하루 일당이 20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인건비 때문에 뭘 해도 남는 게 없어서 앞으로는 소일거리로만 작물을 재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 코로나19 상황이 겹쳐 일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 한국 농촌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싸기만 했던 한국의 농산물 가격도 최근 급등하는 추세여서 도시 서민들의 생활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가장 후진적인' 분야로 남아 있는 농업이 최소한의 노동ㆍ에너지를 투입해 생산성 극대화ㆍ고품질화를 위한 '파괴적 혁신'이 절실한 산업 분야가 된 것이다. 이에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를 활용한 '스파트 팜'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 '고사' 직전 농촌, 스마트 팜이 대세

우리나라 농촌은 현재 괴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농ㆍ축산업 인구 고령화, 젊은층 유입감소, 생산 면적 축소에 따라 농민들의 소득은 형편없이 줄어들었고, 수출ㆍ성장률 정체에 따라 산업 전체가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는 처지다. 농업 인구는 2016년 약 300만명 대 초반에서 2019년 약 200만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농촌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도 2016년 40.3%에서 2019년 46,6%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러자 시설 원예, 축산 등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노동ㆍ에너지를 투입해 친환경 농축산품을 생산해내는 스파트 팜 보급이 급증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무인자동화 등 융합기술을 온실ㆍ축사에 접목해 원격ㆍ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을 키울 수 있는 지능화된 시설 농장들이 농촌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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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팜 보급 물량은 2014년 기준 시설원예 405ha, 축산 24가구에 불과했지만 매년 급속히 증가해 2017년엔 시설원예 4010ha, 축산 790가구로 늘어났다. 올해 정부는 시설원예 7000ha, 축산 5750가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 2019년 두차례에 걸쳐 경북 상주시, 전북 김제시, 전남 고흥군, 경남 밀양시 등 4곳을 선정헤 스마트팜 혁신 밸리를 구축, 확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스파트 팜이 대세가 되고 있다. 2021년 전 세계 스마트 팜 시장 규모는 148억달러 규모로, 2025년에는 220억달러까지 커지는 등 연평균 9.8%의 빠른 속도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 팜 산업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관련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첨단기술과 농업을 합성한 '어그테크(Agtech)'의 열풍이 불고 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스마트 팜 및 어그테크에 대한 글로벌 투자 건수는 연 평균 24.5% 씩 증가하고 있다. 2019년 한 해에만 495건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2010년 69건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도 투자자들이 친환경 먹거리 생산 및 스마트 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 인베스트먼트가 2015년 만나CEA에 100억원을 투자했고, LG화학이 2016년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게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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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도 D.N.A 시대

농업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즉 기상 변수ㆍ토양 영양소ㆍ환경 조건ㆍGPS 데이터ㆍ작업기록ㆍ수확량ㆍ투입 비료양 등의 데이터들은 필수가 되고 있다. 스마트 시설ㆍ장비에 데이터ㆍ센서가 결합되면서 농업이 첨단 기술 산업으로 변화되고 이로 인해 생산성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2006년 미국에서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만든 '클라이밋 코퍼레이션'은 농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농가의 의사 결정을 지원해 주는 서비스로 유명하다. 농기계 회사인 존디어사도 2017년 인공지능 벤처 기업 '블루리버 테크놀로지'를 인수해 농업용 빅데이터ㆍ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존디어는 데이터를 활용해 효과적인 살포 기법을 개발해 제초제 양을 90% 절감한다거나, 잡초ㆍ작물을 구분해 비료를 주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도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구가 급감하자 바이두 위성 항법시스템과 5G 기술을 접복한 자율운행트랙터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LG유플러스와 LS엠트론이 5G 기반 트렉터 제어시스템을 개발해 2022년 상용화 한다는 목표다.

드론도 효과적인 토양 상태 측정, 종자 파종, 비료ㆍ농약 살포, 작황 모니터링 및 병충해 진단 등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구글, 인텔, 차이나 모바일 등에서 5G를 활용한 드론을 개발 중이며, 국내에서도 고흥군이 2023년까지 164억원을 들여 5G 통신 기반 무인 드론 운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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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농업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AI가 로봇, 무인 항공기, 작물 관리 시스템과 통합해 투입 자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수확ㆍ산출량을 증대시키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미국에선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 벤처스'가 스타트업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1500만달러를 투자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50년까지 전세계 식품 생산량을 지금보다 70% 늘리겠다는 'MS 팜비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는 1992년 세계 최초 로봇 착유 시스템을 상용화해 한국에서도 수입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사물인터넷(IoT) 기반 무선 센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농부들에게 물과 양분의 투입 시기를 알려 줘 수확량을 늘리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농촌진흥청에서 '한국형 스마트 팜'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최첨단 소재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한다. 로봇과 지능형 농기계를 활용하고 실시간 수집되는 작물 정보를 클라우드의 AI가 분석해 농부들에게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달 펴낸 동향 보고서에서 "스마트 팜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관련 부처간 협업을 통한 법ㆍ제도 정비와 우수 인력 양성이 필요하며 어그테크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도 중요하다"면서 "농업환경 전반에 걸쳐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ㆍ플랫폼을 확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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