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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재명, ‘간병살인’ 청년에 편지 “재난적 의료비 5천만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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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단체들 “병원비 백만원 상한제 도입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해야”


한겨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27일 전남 강진군 군동면 안풍 마을회관에서 열린 강진 농민들과 함께하는 국민반상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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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간병살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22살 청년 강도영(가명)씨에게 편지를 보내 ‘재난적 의료비’에 간병비를 포함하고 지급액을 5천만원까지 늘리는 등의 정책 대안을 약속했다. 복지단체들은 재난적 의료비에 상한을 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병원비백만원상한제’ 등을 도입하고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27일 강씨의 변호인을 통해 강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강씨의 삶에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가 오롯이 담겨 있다. 가난의 대물림, 가족 한 명이 아프면 가정이 무너지는 간병의 구조, 그로 인해 꿈과 미래를 포기하는 청년의 문제까지”라며 “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간병으로 고생하는 가족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도록 하나씩 제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강씨의 사연을 보도한 탐사보도매체 <셜록>을 보면, 강씨는 지난해 9월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간병하면서 수천만원대의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다가 아버지에게 적절한 조력을 제공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지난 5월 경찰에 붙잡혔다. 강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2심까지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에 이 후보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서 소득 수준보다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에 간병비를 포함하고, 신청을 간소화하며, 지급 금액을 5천만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행 재난적 의료비 제도는 연간 1인당 지원 한도 금액이 3천만원이고, 소득계층별로 본인부담금의 50~80%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간병비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이 후보는 아울러 소득계층별로 환자의 건보 부담금이 상한액을 초과할 경우 초과금액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본인부담상한제’도 사후 신청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퇴원 전 사전 정산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6만여개에 불과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을 확대하고, 당사자가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해주지 않는 ‘복지 신청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치료와 입원이 필요한 데 퇴원을 원할 경우 병원이나 지방자치단체 담당자 등이 의료비 지원제도를 의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자는 재난적 의료비에 상한선이 있으면 결국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울러 환자 또는 대리인이 직접 건보공단 지사를 방문해 재난적 의료비를 신청해야 하는데다, 퇴원 7일 전부터 신청할 수 있지만 대체로 먼저 병원비를 낸 뒤 사후에 돌려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복지단체들은 건보 비급여와 급여를 구분해 지원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병원비 국가우선책임제와 병원비백만원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비 국가우선책임제는 위기가정 병원비를 국가가 우선 책임지고 사후에 환자나 가족의 소득에 따라 병원비를 청구하는 제도이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병원비 부담이 어려운 사정이라면 병원이 직접 나서서 국가에 병원비 부담을 요구하고 국가가 이를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비 백만원상한제는 의학적 필요가 있는 비급여와 간병비까지 포함해 병원비 본인부담금을 한 해 최대 100만원까지만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지난 12일 이 제도를 공약으로 내걸고 “환자 및 가족에게 의료비 지불 능력이 없다고 병원이 판단하면 선 치료 후에 국가 대납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건보 급여 의료비와 비급여 의료비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편법”이라며 “의료비에 의한 가계 파탄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서 병원비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재난적 의료비에 상한을 두는 건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빈곤에 시달리는 데도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대상에서 제외되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의 질병 치료와 관련한 부담을 가족에게 우선해서 맡기는 관행을 고치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저소득층의 경우 당장 병원에 갔을 때 얼마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크다”며 “가족마다 처해 있는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가족에게 부양의무를 맡기는 게 아니라 노인 간병 등에서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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