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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오미크론 변이…백신 이기주의가 낳은 ‘예고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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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주요 20개국, 백신 89% 독점…향후 인도 물량 71% 차지”
빈곤국 낮은 접종률 방치 땐 백신 안 통하는 새 변이 출현
‘첫 발견’ 보츠와나 접종 완료율 19%…불평등 해소 절실



경향신문

주가 그래프와 함께 오미크론이라고 쓰인 전광판 앞에 코로나19 백신 주사기가 놓여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력을 우려하는 세계 각국은 앞다퉈 남아프리카 지역의 입국 제한에 나섰다. 제니카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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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출현은 예고된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빈곤국들의 백신대란을 방치할수록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 가능성은 높아지는데 선진국들이 이를 외면하고 백신 독점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변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제협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의 오스만 다르 박사는 27일(현지시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번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새로운 변이가 출현한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라며 “세계적으로 백신이 불평등하게 공유되면 더 많은 변종이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곤국들의 낮은 접종률을 방치하면 백신이 통하지 않는 새 변이가 나올 수 있고, 기존의 백신 비축도 허사가 된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이 처음 발견된 보츠와나나 남아공 등은 그간 선진국의 비축으로 인해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이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남아공은 23.51%, 보츠와나는 19.58%의 접종 완료율을 보였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연말까지 모든 국가별로 인구의 40%에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으나, 80개 이상의 국가들이 아직 목표치 이하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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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는 그간 선진국들의 백신 공여가 빈곤국의 백신 고충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까지도 백신이기주의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부스터샷(추가접종) 확대가 백신 분배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근 “선진국의 하루 부스터샷 공급량이 개발도상국의 백신 공급량보다 6배나 많다는 것은 부끄러운 상황”이라며 “개도국의 백신 접종을 서두르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새 변이가 출현해 코로나19와의 싸움이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HO 대사로 활동 중인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주요 20개국(G20)의 부유한 국가들은 백신의 89%를 독점했고, 향후에 인도될 백신의 71%도 그들에게 가기로 예정돼 있다”고 비판했다.

오미크론 이상의 변이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만큼 ‘우리부터 살고 보자’는 자국이기주의가 팬데믹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세스 버클리 최고경영자는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전 세계에 백신 미접종자가 많다면 그만큼 변이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고 대유행은 장기화될 것”이라며 “부유층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인구를 모두 보호할 수 있을 때만 변이 출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29일 예정된 WHO 특별회의에서는 바이러스 검사와 치료에 있어 빈곤국들의 접근 보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는 구속력 있는 협약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빈곤국이 입는 유무형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빈곤국들은 선진국의 백신 독점으로 건강상의 피해는 물론 바이러스 위험국이라는 꼬리표와 출입국 제한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을 함께 받기 쉽다.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요구도 커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오미크론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 26일 “팬데믹과의 싸움은 세계적인 백신 접종 없이는 종식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백신 지재권 면제를 위한 회의를 (여는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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