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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중국 김치 파동에 '땅끝 명품 배추' 몸값 쑥쑥… 절임배추도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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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 고장 특산물 : 해남 배추
장마·무더위 딛고 수확작업 '구슬땀'
전국 겨울배추 재배면적 60% 차지
저장시설 건립에 김치 레시피 개발
'광역 채소류 출하시설' 공모 선정도
한국일보

지난 16일 전남 해남군 화원읍 산호리 한 배추밭에서 작업자들이 배추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해남=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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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남 해남군 산호리 배추 들녘. 올여름 장마와 무더위로 배추 뿌리가 썩는 무름병이 발생해 생산량이 감소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찾은 곳이지만, 너른 들판은 막바지 배추를 수확하는 일꾼들로 활기가 넘쳤다. 분주하게 움직여 뽑은 배추를 상자에 차곡차곡 담으면 트럭들이 밭으로 들어와 실었다.

1만㎡가량 면적에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이동열(52)씨는 "20년째 배추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처럼 작황이 나쁜 해는 손에 꼽힌다”며 "올해는 가을장마까지 있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배추는 물기를 머금은 상태에서 강한 햇빛을 받으면 속이 흐물흐물해지며 썩어버린다. 전국적으로 15%가량 생산이 감소해 현재 김장배추 10㎏당 평균 도매가는 1만1,240원으로 지난해(5,676원)보다 두 배 올랐다.

흉년이지만 국산 배추 인기 급상승

한국일보

지난 16일 전남 해남군 화원읍 산호리 한 배추밭에서 배추 수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남=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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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값이 오른 것은 날씨가 따라주지 않았던 탓이 크지만, 중국 때문이기도 하다. 이씨는 “올해 같은 흉년도 드물지만, 올해처럼 운이 따라준 적은 처음”이라며 “사람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농사라는 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중국알몸김치 파동이 터졌고, '파오차이' 등 김치 종주국 논란까지 일면서 증가일로에 있던 김치 수입량이 대폭 꺾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중국에서 19만662톤의 김치가 수입됐다. 작년 한 해 28만1,168톤이 들어온 점을 감안하면 20%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직접 김장을 하겠다는 가정까지 늘면서 국내 배추 수요도 급증했다.

해남은 배추의 고장이다. 따뜻한 바닷바람과 우수한 토질 등 배추 생육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다. 이 덕분에 가을(김장)배추와 겨울(월동)배추 재배 면적이 전국에서 제일 넓다. 국내 가을배추 재배면적의 20%가 해남에 분포한다. 겨울배추 재배면적은 무려 60%가 해남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5년 평균 재배면적으로 따지면 전국 배추 25% 이상을 해남 땅이 키워내고 있는 셈이다.

절임배추 주문 폭주에 가공공장 분주

한국일보

지난 16일 전남 해남군 화원면 화원농협 김치가공공장 직원들이 절임배추 생산 작업을 하고 있다. 해남=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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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서 재배되는 배추는 대부분 절임배추 형태로 소비자를 찾아간다. 해남에는 절임배추 생산업체만 782곳이 있고, 지난해에는 절임배추를 3만6,370톤을 생산해 총 6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해남 전체 생산량의 20%는 화원읍에 위치한 화원농협 김치 가공공장으로 입고된다. 완제품 또는 절임배추로 반가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이곳엔 최근 기존 직원 60명에 더해 30명이 추가로 합류했다.

이 공장에서는 하루 평균 50톤, 물량이 몰리는 주말에는 최대 200톤까지 출하한다. 정재경 해남화원농협 김치 가공공장장은 "보통 소비자들이 주말을 이용해 김장을 하기 때문에 금요일이 가장 바쁘다"며 “주문이 폭주해 금방 동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해남의 절임배추 농가 70여 곳이 입점한 온라인 쇼핑몰(해남미소)에선 20일 절임배추 예약 접수를 마감했다.

"저장시설 건립으로 경쟁력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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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배추 재배면적 현황.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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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은 올해 품질 좋고 안전한 국산 배추와 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어, 국산 김치의 진가를 알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수산식품부의 광역단위 채소류출하조절센터 공모 사업에 선정된 해남군은 화원농협 일대에 6,600㎡ 규모의 저온저장시설과 예냉(냉장 또는 냉동 전 미리 정한 온도까지 식히는 것) 시설을 지어, 국산 배추의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해남을 비롯해 전남 지역에서 생산되는 배추를 저장한 뒤 시기별로 출하량을 조절해 가격 안정은 물론, 더 많은 소비자들이 해남 배추를 직접 받아서 김장을 담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신대웅 해남군 유통지원과장은 "과거엔 배추 생산량이 많으면 오히려 폐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각종 저장시설들이 들어서면 버리는 일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추 고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해남군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치원료 공급단지 건립을 통해 연중 김치 원재료를 확보하고, 해남 김치의 표준 레시피를 개발해 중국산 김치가 점령한 국내 김치시장 되찾기에도 나선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해남 배추는 품질 개선과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며 "김치 종주국인 한국의 위상을 회복하고, 김치산업을 활성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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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에서 생산돼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땅끝해남배추'. 해남=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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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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