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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日최고 마무리가 ML 찍고 한국, 대만까지…'야구 유목민' 감독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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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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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선수가 35살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일본 복귀 후 전력 외 선수가 되자 불혹을 1년 앞두고 돌연 KBO리그 문을 두드리더니,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 '야구 유목민'이 프로 마지막 투구를 던진 곳은 한국도 미국도 일본도 아닌 대만 프로야구였다.

올해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끈 다카쓰 신고 감독은 그야말로 야구 유목민이다. 1991년부터 2010년까지 꼬박 20시즌을 마운드에 섰는데 그 사이 무려 4개국 프로야구를 경험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마지막 일본 독립리그 경력까지 합치면 22년에 걸쳐 6개 리그를 떠돌았다.

일본에서는 노무라 가쓰야 감독의 지도 아래 최고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프로 데뷔 3년차인 1993년부터 마무리로 보직을 바꿨는데, 다카쓰 감독이 뒷문을 지키기 시작한 뒤로 야쿠르트의 왕조가 시작됐다. 야쿠르트는 1993년과 1995년, 1997년, 2001년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했다. 모두 다카쓰 감독이 마무리를 맡은 시기다.

2003년에는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를 넘었다. 다카쓰 감독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30세이브를 돌파하며 일본 프로야구 통산 세이브 1위(270세이브)에 올라섰다. 사사키는 2005년까지 252세이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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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을 세운 다카쓰 감독은 이후 불확실성과 싸우기 시작했다. 일본 밖 야구 도전이 막을 올렸다. 먼저 35살을 앞둔 2003년 겨울 해외 FA 자격을 행사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04년과 2005년 2년만 뛰었지만 노련미를 바탕으로 27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후 일본으로 복귀해 친정팀 야쿠르트에서 2년 동안 26세이브를 추가했다.

2008년에는 메이저리그 재도전이 무산된 뒤 돌연 한국행을 택했다. 현역 연장을 위해 6월 우리 히어로즈에 입단해 화제가 됐다. 단 18경기에 등판했을 뿐이지만 1승 무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0.90으로 한 수 위 기량을 자랑했다. 당시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김동수 전 LG 코치는 '스포츠 2.0'과 인터뷰에서 "느린 변화구를 이렇게 잘 던지는 투수를 본 적이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2009년 세 번째 메이저리그 도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2010년 대만 프로야구에 노크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40경기에서 26세이브를 올리며 건재를 자랑했지만 이후 그를 불러주는 프로 구단은 없었다. 다카쓰 감독은 결국 2011년과 2012년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다 유니폼을 벗었다.

2014년 투수코치로 시작한 지도자 생활도 순탄치는 않았다. 야쿠르트는 그가 현역으로 뒷문을 지키던 왕조 때와 달리 해마다 성적 기복이 심했다. 다카쓰 감독은 2군 감독을 거쳐 지난해부터 지휘봉을 잡았는데, 첫 해에는 최하위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2015년 이후 첫 센트럴리그 1위, 2021년 이후 20년 만의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이뤄냈다.

리그 최다 세이브(현재는 2위) 기록을 세우고도 공을 던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던, 자존심보다 야구를 먼저 생각했던 '야구 유목민'은 이렇게 또 다른 자리에서 정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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