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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학생 줄어도 교육청은 '펑펑', 나라 사정은 알 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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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이 서울시내 239개 혁신 초·중·고 교장들에게 “최대 5000만원까지 추가 예산을 줄 테니 한 시간 이내로 신청하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가 하루 만에 취소한 일이 최근 벌어졌다고 한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학교가 신청을 하자 지원 계획을 급히 번복한 인상이다.

이번 사태가 시사하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특별교육재정수요 지원을 위해 예산을 주려 한다고 했지만 이 예산은 각 학교의 사업계획서 제출과 교육청 심의, 교육감 결재를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정식 공문이 아닌 이메일로 내용을 알리고 한 시간 이내에 회신하라고 했으니 엿가락 나눠주듯 하려 한 즉흥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교육 예산 배분이 선착순 달리기냐는 비난이 들끓어도 교육청으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모든 학교가 아닌 혁신학교에만 예산 지원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노골적인 편파 행정의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태의 기본 원인은 서울시를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넘쳐 나는 금고 사정에 있다. 1972년에 도입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덕에 내국세 수입의 20.79%가 매년 따박따박 들어오는데 더해 학생 수 감소로 교육청 살림살이는 갈수록 풍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80만명을 넘었던 교부금제도 초창기의 한해 출생아 수는 현재 30만명 이하로 급감했다. 이와는 달리 교부금 수입은 해마다 늘고 있으며 내년 예산안에서는 올해(51조 2000억원, 본예산 기준)보다 21% 급증한 64조 3000억원이 잡혀 있다. 예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교부금이 쑥쑥 늘자 교육청들은 대놓고 세금 잔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들의 돈 씀씀이는 대선을 앞둔 여당의 선심 공세를 능가한다. 각 시·도 의회에 내년 예산안을 제출한 17개 교육청들 중 14곳이 10% 이상 예산을 늘렸고, 경기교육청은 무려 21%를 증액했다. 나랏빚 증가속도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재정 건전성 위험 신호가 잇따라도 이들에게는 다른 나라 일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책임진 이들이 이끄는 조직이라고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다. 미래 세대의 짐을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교육청들은 이제 세금 잔치를 접고 살림 고삐를 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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