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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요소수 이어 비료대란? 수급보다 가격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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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급등은 불가피…밥상물가 압박 요인

한겨레

지난 8일 오후 경기 파주시 한 농협 자재센터에서 한 농민이 요소비료를 구매하고 있다. 파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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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업 분야에서 무기질비료(질소, 인산, 칼리 등 화학비료) 사용량은 큰 흐름으로 줄고 있다. 화학비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가축분뇨 퇴비를 비롯한 유기질 비료 사용을 촉진하는 쪽으로 농업 정책을 펴온 데 따른 것이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비료협회 자료를 보면, 국내 농업용 화학비료 사용량은 2000년 80만t에서 2020년 43만1천t으로 46.1% 줄어 20년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경지 면적이 188만9천ha에서 2020년 156만5천ha로 17.2% 감소한 것에 견줘 훨씬 큰 폭이다. 같은 기간 부산물(유기질) 비료 사용량은 160만4천t에서 663만5천t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화학비료 사용량이 해마다 줄어드는 속에서, 그것도 농한기인 11월임에도 한동안 ‘비료대란’ 소동이 일었던 것은 잘 알려진 대로 ‘중국발 요소 사태’ 탓이었다. 자동차용 요소수 제조에 쓰이는 요소는 물론, 농업용 질소 비료 원료인 요소도 구하기 어려워져 내년 봄에 극심한 비료 수급난이 빚어질 것이란 식의 전망이 많이 돌았다. 이는 농가의 생산비 부담으로 이어져 ‘밥상물가’를 밀어 올릴 요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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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올해 말까지 겨울철 작물 재배 등에 필요한 요소비료 수요량(일부 복합비료 포함 1만8천t)보다 이미 확보한 비료 완제품 물량(3만5천t)이 많고, 내년 1~2월 공급 가능 물량도 9만5천t으로 예상 수요량 4만4천t을 웃돌아 2월까지는 공급 부족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불안 심리를 달래고 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1~2월은 농한기이다. 본격 영농철로 접어드는 3월 이후 상황도 안정적일까?

비료협회 조규용 이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1월 초쯤엔 (비료 원료인 요소) 수급에 크게 문제가 있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중국 이외 동남아, 중동 지역으로 수입선을 돌리면서 수급 문제를 해소해가는 중”이라며 “11월 초와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자동차용 요소수 제조용 요소에 견줘 비료 제조용 요소의 중국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2020년 기준 48% 수준이다. 산업용 요소 수입의 중국 의존도는 98%(1~9월 누적 기준)였다.

중국 외 먼 지역에서 원료를 들여올 경우 운임비 증가 탓에 가격이 높아지는 문제에 대해선 업계 공동 구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조 이사는 전했다. 중국에서는 한 번에 5천~6천t 단위로 물량을 들여오고 있다고 한다. 소량으로 들여오는 업체들끼리 협력해 한꺼번에 묶어서 대여섯배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수입하면 중국 지역에 견줘 20~30%가량 비싼 운임비를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다고 조 이사는 설명했다. 비료협회 회원사 7개사는 국내 화학비료 시장에서 98%가량 차지할 정도여서 사실상 시장 전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 담당자는 “비료 원자재로 따지면 상반기에 필요한 물량이 요소 25만t을 비롯해 48만t인데, 절반가량은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기별 비료 사용은 상반기가 70%가량을 차지해 하반기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이 담당자는 “지금은 국제적으로 가격이 올라 문제이지, 원자재 구입을 못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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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국가들의 원유나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요소는 비료 원료의 대체 조달원의 유력한 한 갈래로 꼽힌다. 이들 나라에선 농사를 거의 짓지 않기 때문에 비료 원료로 쓰이는 요소 등을 수출하는 방법 말고는 별다른 소모 수단이 없다고 농식품부 담당자는 설명했다. 비료협회에서 진행 중인 공동구매 방식에 따라 예컨대 업체별 3천t가량을 3만t, 5만t 수준으로 합쳐서 갖고 들어오면 물류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이 담당자는 덧붙였다.

화학비료 수요를 억제하고 유기질 쪽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은 “내년 (비료) 수요를 취합 중이며 원료 수급에서 최악의 경우가 나타나면 공급량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농촌진흥청에서 전국 모든 필지의 토양성분 분석 자료를 갖고 있다”며 “땅속에 질소 성분이 충분하다면 (화학 비료를) 어느 정도 줄여서 투입하더라도 식물 성장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난은 푼다 해도 가격 급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표적인 비료 원재료인 요소 가격이 지난해 말 t당 300달러 수준에서 올해 10~11월 3배 이상 높은 1천달러 안팎까지 치솟아 있기 때문이다. 비료 가격 인상과 그에 따른 농가 생산비 증가, 농산물값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낳은 대목이다.

농식품부 통계를 보면, 국내 농가의 농업경영비에서 비료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6.1% 수준이다. 절대적으로 큰 비중이라 할 순 없지만, 비료 외 다른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추가로 겹치는 요인이어서 농산물 가격의 급등세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진다.

국내 화학비료 유통 구조는 농협이 비료업체 7곳을 대상으로 입찰을 붙여 구매한 뒤 농민에게 되파는 형태다. 한 해 필요한 물량을 전년 말이나 연초에 고정 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방식이며 농협의 수요 독점 체제다. 가격을 일정한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배경이다. 무기질비료의 농협 납품가격(계통계약 단가) 상승률은 2019년 2.4%, 2020년 6.5%였다.

비료 납품가는 기본적으로 연중 고정하는 방식이나, 국제 원자재 가격의 등락이 심할 경우 납품가를 조정하기도 한다. 농협은 올해 8월 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반영해 무기질비료 64종 가운데 35종의 평균 구매가격을 14.8% 높인 바 있다. 농민에게 적용하는 판매 가격은 9.4% 올렸다.

농협은 내년 비료 가격 산정을 위한 입찰을 앞두고 현재 원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국 1900곳 남짓 단위 농협(본점+지점)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도 아울러 진행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한 납품가 인상이 모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더라도 농민 판매 가격은 일정 수준 오를 수밖에 없다.

농협이 비료 구매가격 결정 방식을 일부 바꾼 것도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농협은 내년부터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는 연동형 구매 계약 방식으로 바꾸고, 납품 단가를 연중 고정하던 방식에서 분기별로 조정하기로 했다. 비료업계 요청에 따른 것이다. 원자재 가격 등락에 따라 때론 내림세를 탈 수도 있지만, 지금 흐름은 상승세 쪽으로 기울어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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