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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유럽연합, 중국 일대일로 맞대응 프로젝트 400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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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 EU 집행위 초안 보도

“가치 기반” “윤리적” 저개발국 투자

‘더 나은 세계 재건’ 미국도 대응 가시화


한겨레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8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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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맞대응해 3천억유로(약 403조원) 규모의 인프라 등 투자 계획을 마련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27년까지 금융기관, 회원국 정부, 민간 영역이 유럽 역외 지역 인프라 건설 등에 거액을 투자하는 계획의 초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투자액 중 1350억유로는 유럽연합이 새로 만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럽 펀드’가 보증을 설 예정이며, 룩셈부르크에 본부를 둔 유럽투자은행도 참여할 계획이다.

‘글로벌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계획은 “가치에 기반”한 “윤리적 접근”을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프로젝트 초안은 “글로벌 인프라 개발에서 긍정적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국제적 안정성과 협력에 투자”하고 “민주적 가치가 어떻게 파트너들에게 확실성, 공정성, 지속 가능성 그리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장기적 혜택을 제공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유럽연합이 중국이나 중국이 추진해 온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 계획을 초안에서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유럽연합이 일대일로에 대한 대항마로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착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신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도 불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2013년에 구상이 공개됐으며, 중국과 유라시아의 다른 지역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개념이다. 수십개국이 참여를 약속한 이 프로젝트는 중국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물류망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후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일대일로가 해당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패권 추구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보여왔다. 참여국이 채무 부담에 짓눌리는 ‘부채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유럽연합의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에너지와 교통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디지털화, 보건,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도 포괄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9월 ‘글로벌 게이트웨이’를 소개하면서 유럽이 “더 능동적인 (국제 문제) 참가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소유한 동광과 중국이 소유한 항구 사이에 완벽한 길을 놓는 것은 유럽으로선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일대일로에 대한 견제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유럽의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천명한 ‘더 나은 세계 재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주요 7개국은 저개발국들의 발전을 위해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가치를 중심으로 높은 기준과 투명성을 갖춘 인프라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은 세계 재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띄운 개념이자 실행 계획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이 저개발국 투자에서 ‘가치’와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일대일로가 중국과 같은 비민주주의 국가의 부정적 의도를 담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기후변화, 보건, 디지털 기술, 성평등을 주제로 50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데일립 싱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가나와 세네갈 등 서아프리카 국가들을 방문해 이 프로젝트 차원의 투자를 타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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