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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조사 일정 알려주겠다"던 공수처, 손준성 구속영장 재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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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당시 기각된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30일 재청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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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은 손준성(47·사법연수원 29기)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손 검사 측은 이에 맞서 공수처가 대검 서버 등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 위법이 있었다는 이유로 법원에 준항고장을 제출했다.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팀(팀장 여운국 차장)은 30일 오후 5시쯤 손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 서울중앙지법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20일 손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같은 달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26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35일 만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것이다.

그 사이 공수처는 지난 2, 10일 손 검사를 두 차례 소환해 조사했고, 지난 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 지난 19일 손 검사 휘하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일했던 성모 검사도 불러 조사했다. 지난 15일엔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보강하는 데 주력해 왔다.

당초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한 걸 포함해 수사를 더 진전시키지 못한 데 따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무혐의를, 손 검사에 대해선 불구속기소하며 수사를 종결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손 검사에 대한 지난달 1차 구속영장엔 손 검사, 성 검사와 범행을 공모했다는 검찰 상급자나 손 검사 등으로부터 고발장 작성과 관련 자료 수집을 지시받았다는 검찰 하급자 모두를 ‘성명불상’으로만 기재하는 등 ‘부실 수사’란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이날 예상을 깨고 구속영장 재청구를 선택하면서 직권남용 혐의의 ‘윗선’과 고발장 작성자(하급자)는 물론 김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을 통해 고발장 등을 전달받았다는 야당 인사의 이름을 2차 구속영장엔 특정했는지 주목된다. 그럴 경우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윤 후보에게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1·2차 소환조사 때에도 손 검사 지시로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직권남용 혐의의) 피해자를 더 특정한 내용은 없었고 동일한 상태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은 영장 재청구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12월 2일로 3차 출석기일 협의하던 중 갑자기 영장을 재청구했다”며 “여당 의원들의 재고발이 있자 영장 기각 후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데도 영장을 재청구해 본건 수사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반발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손 검사 측이 ”12월 2일경 출석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하자 “조사 일정은 현재 검토 중이다. 내부 검토 후 출석 시기를 안내해드리겠다. 금일 좋은 하루 보내시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그런데 손 검사 측이 이날 오후 그간 공수처의 e메일·메신저 내역,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검색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이 피의자·변호인의 참여권을 완전히 배제한 채 이뤄진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이를 취소해달라는 준항고를 제기하자, 공수처는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손 검사 변호인은 이에 “공수처가 보복성 인신구속을 강행하려 하는 데 깊은 우려와 함께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사법적 공포까지 느낀다”며 “법원에서 불법적·반인권적 수사과정을 현명하게 판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내달 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앞서 김찬년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판사는 고발사주 사건 다른 피의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며 청구한 준항고를 지난 26일 인용했다. 당사자가 압수수색 현장에 없는 사이에 영장을 제시하거나 일시를 통지하지 않고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지난 9월 11, 13일 진행한 김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모두 증거로서 효력을 잃게 됐다. 손 검사의 경우 역시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앞서 청구한 준항고 결과에 따라 자칫 수사 자체가 좌초할 수도 있다. 영장 기각 시에도 수사에 타격을 받긴 마찬가지다.

■ ‘고발 사주’ 의혹이란?

손준성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하던 지난해 4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관련 자료 수집을 성명불상의 직원에게 지시하고 ▶MBC ‘검·언유착’ 보도의 제보자 지모씨 실명 판결문을 유출하는 한편 ▶이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전달해 4·15 총선에 개입하려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출한 텔레그램 캡처 화면 속 ‘손 준성 보냄’ 문구를 근거로 실제 보낸 이가 손 검사라고 의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그의 부인(김건희씨)·장모(최은순씨)·측근(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이름이 고발장 내 피해자로 적시된 것을 근거로 ‘고발 사주’ 의혹의 ‘몸통’이 윤 후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윤 후보와 손 검사 측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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