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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리비안 거품론 넘어설까…아마존 투자하고 서학개미 자금 6억달러 모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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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투자자 사이에서 이슈다. 11월 10일 나스닥에 입성한 리비안은 거래 첫날 100.73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공모가(78달러) 대비 상승률 29.14%를 기록했다. 상장과 동시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 시가총액을 앞질렀다. 11월 16일 172.01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고점을 찍은 이후 조정을 받아 11월 24일 종가 기준 114.85달러까지 빠졌다. 하지만 여전히 공모가 대비 47.2% 높다.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도 인기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상장 이후 11월 24일까지 리비안 주식 6억4200만달러어치를 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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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나스닥에 상장한 전기차업체 리비안 주가가 급등하며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리비안 전기 트럭 ‘R1T’. (리비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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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안, 어떤 회사길래

▷아마존과 전기차 10만대 계약

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R.J. 스캐린지 최고경영자(CEO)가 2009년 설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본사를 뒀고 일리노이 노멀에 공장을 보유했다. 상장 전 자산운용사 티로프라이스와 블랙록,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쟁쟁한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포드 역시 투자를 통해 지분 12%를 확보했고 아마존은 지분 20%를 보유했다.

아직까지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했지만 벌써부터 주문이 밀려든다. 리비안 주력 차량은 전기 픽업트럭 ‘R1T’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R1S’인데 10월 말 기준 두 모델 선주문량은 약 5만5400대다. R1T는 9월 출고를 시작해 10월 말까지 156대가 고객에게 전달됐다. R1S는 12월부터 배송될 예정이다. 리비안 측은 “2021년 말까지 R1T 1000대, R1S 15대를 배송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마존 역시 2030년까지 리비안 자동차 10만대를 구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리비안은 생산설비를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2030년까지 매년 최소 전기차 100만대를 생산하는 체제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조지아주에 새 공장을 지을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시장 진출과 유럽 내 생산시설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생 전기차 기업들은 두 가지 고비를 넘기면서 성장한다. 첫 번째는 자동차 공개 후 생산으로 넘어가는 관문이다. 두 번째는 소량 생산에서 양산 체제로 전환하는 과제다. 리비안은 첫 번째 관문을 넘긴 채로 증시에 입성했다”고 평가했다.

선주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대규모 인프라 예산 법안이 통과된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월 5일 미국 하원은 본회의를 열어 1조2000억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예산법안을 가결했다. 8월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한 후 약 3개월 만에 하원 문턱까지 넘어섰다.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하면서 입법 절차를 마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15일 법안에 서명하면서 발효됐다. 예산은 도로, 교통시설과 전기차 충전소 등을 건설, 확충, 개선하는 데 쓰인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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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평가됐다’ 지적 나와

▷적자 쌓이고 시장 경쟁 심해지고

한쪽에서는 잠재력이 크다는 의견을 내지만 리비안이 고평가됐다는 지적 역시 만만치 않다. 아직 매출 규모도 작고 수익을 내는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는데 주가가 급등한 것이 우려된다는 평가다. 자산운용사 밀러타박 소속 수석시장전략가 매튜 메일리는 리비안 주가가 가파르게 뛴 것을 두고 “거품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징후”라고 진단했다. 사이언자산운용 수장 마이클 버리 역시 리비안을 언급하면서 “시장 투기가 최근 1세기 내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닷컴 버블 때보다 자산 고평가가 심하다”고 평가했다.

안정적으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해낼 수 있는 설비를 갖추지 못한 만큼 리비안이 언제 흑자를 기록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리비안은 2019년 순손실 4억26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손실금액이 10억달러로 커졌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순손실 9억9400만달러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액 3억7700만달러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전기차 시장 선두 주자 테슬라는 첫 자동차를 내놓은 후에도 수년간 적자를 내고 생산 역량을 갖추기 위해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이를 고려하면 리비안 또한 실적과 생산 역량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안 경영진 역시 상장 신고서에서 “전기 픽업트럭 R1T 판매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SUV 생산 시작도 앞두고 있다. 그러나 SUV 생산 시점이 미뤄지거나 생산이 무산될 수도 있다. 가까운 미래에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 설비를 갖추고 외형을 키우는 데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장 가동률 상승이 더디다는 것이 리스크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인도 시점이 당초 2020년에서 2021년으로 지연됐다. 10월 판매 대수는 40대에 불과하고 11월 일일 생산 대수도 4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포드가 리비안과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려는 계획을 철회한 것도 악재다. 2019년 포드는 리비안에 5억달러를 투자하며 리비안 기술을 활용해 함께 전기차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두 기업은 최근 이 계획을 취소하고 각자 자체 개발에 주력하기로 했다.

전기차 시장 경쟁이 갈수록 심화된다는 것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간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세단과 SUV를 주로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왔다. 하지만 향후에는 트럭 부문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선두 주자 테슬라는 2022년 전기 트럭 ‘사이버트럭’을 내놓는다. 2019년 11월 공개한 모델로 사전 예약 대수만 125만대가 넘는다. 테슬라는 과거 판매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생산량으로 비판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반도체 공급난에도 생산량과 인도량을 늘리며 선전하고 있다. 브랜드 충성도도 높은 만큼 리비안에 위협이 될 수 있다. 3분기 테슬라가 생산한 차량 수는 23만7823대, 고객에게 전달한 자동차 수는 24만1300대다. 전년 동기 대비 생산량은 약 9만3000대, 고객에게 전달한 차량 수는 10만2000대 늘었다.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리비안 트럭은 테슬라 사이버트럭에 비해 주행 거리와 적재량,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낮다. 30%가량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가 절감과 혁신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GM은 트럭 ‘GMC 허머 EV’ 생산에 들어갔다. 12월부터 고객에게 자동차를 전달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운전한 뒤 극찬한 모델이다. GM은 ‘쉐보레 실버라도’ ‘GMC 시에라’ 등 다른 트럭도 전기차 버전으로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포드는 2022년 봄 첫 전기 트럭 ‘F-150 라이트닝’을 내놓는다. 포드 F 시리즈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자동차로 꼽힌다. F-150 라이트닝은 선주문량 16만대를 넘어서는 등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현대차가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전기차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현대차는 올해 7월 미국에서 싼타크루즈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미국 워싱턴자동차기자협회가 ‘2021 베스트 픽업트럭’으로 선정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테슬라, GM, 포드 등 양산·사후관리 체제를 갖춘 기업이 전기 트럭 판매에 들어가면 리비안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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