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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中 압박에도 ‘곰돌이 푸’ 그림 전시한 미술관… “예술 검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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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탈리아 브레치아에서 진행 중인 바디우카오의 전시회에서 한 관객이 작품을 구경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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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희화화한 미술 작품 전시를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브레치아의 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중국 현대미술가 바디우카오(35)의 전시회를 막기 위해 해당 미술관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바디우카오는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현재 호주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국의 뱅크시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얼굴을 공개한 채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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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 '캐리람(2018)' 옆에 서 있는 바디우카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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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치아 시립미술관은 바디우카오의 회고전에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곰돌이 푸’가 등장하는 회화 등을 전시할 계획이었다. 그의 한 작품에는 총을 든 시 주석의 모습이 엎드린 푸 위에 그려져 있다. 푸의 눈은 ‘X’자 모양이고 혀를 내밀고 있다. 곰돌이 푸는 시 주석과 닮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또한 시 주석을 조롱할 때 이 캐릭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2022년 열릴 예정인 베이징 올림픽을 주제로 폐쇄회로(CC)TV 위에 올라타 스노우보드를 타는 사람 등을 표현한 그림 등도 전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탈리아 중국 대사관은 브레치아 시장에게 “이 전시회에는 반(反)중국적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정보를 퍼뜨려 이탈리아 국민의 이해를 오도하고 국민감정을 심각하게 손상시킨다”며 해당 전시회의 취소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브레치아 시청 측은 미술관 측과 상의한 뒤 전시회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에밀리오 델 보노 시장은 “예술에서 검열은 용납되지 않는다”며 “권력자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브레치아의 그 누구도 이 전시회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우리는 예술을 보호하고 예술의 자유를 수호하려는 의지와 열망이 있다”라고 했다.

중국 당국의 방해에도 전시회를 열 수 있게 된 바디우카오는 새로운 관객층에 자신의 그림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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