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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국 압박에 고개숙인 대만기업…관영매체 “독립지지 기업 단속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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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대만 위안둥그룹 홈페이지 캡쳐


대만 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을 후원했다 중국에서 ‘분리주의자’ 지원 기업으로 낙인 찍혀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대만 기업 회장이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중국 관영매체는 대만 분리주의자들을 지지하는 기업에 대한 경고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며 대만 기업에 대한 단속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대만 위안둥(遠東)그룹 쉬쉬둥(徐旭東) 회장이 지난달 29일 대만 연합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항상 대만 독립에 반대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1일 보도했다. 쉬 회장은 기고문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현상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자신은 줄곧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합의)’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해왔다고도 덧붙였다.

쉬 회장의 기고문은 위안둥그룹이 중국 지방정부들로부터 4억7400만위안(약 885억원)의 벌금과 추징세액을 부과받은 지 일주일만에 나온 것이다. 중국 상하이시와 장쑤성 등 5개 지방정부는 지난달 위안둥그룹 계열사인 아시아시멘트와 위안둥신세기가 중국 내에서 환경보호와 토지사용, 생산안전, 세금납부 등에 관한 각종 법규를 위반했다며 일제히 벌금을 부과하고 미납 세액 환수와 시정 조치 등을 명령했었다.

법규 위반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사실상 대만 기업에 대한 표적 단속이다. 벌금 부과 당시 중국 관영매체들은 위안둥그룹이 지난해 대만 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진당에 5800만대만달러(약 25억원)를 기부한 민진당의 최대 후원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대만 독립을 지지하고 양안 관계를 파괴하는 이들이 대륙에서 돈을 버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위안둥그룹에 대한 단속이 민진당 후원 기업에 대한 표적 단속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의 타깃이 되자 쉬 회장은 기고문에서 “양안의 경제무역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는 데이터는 대만 경제발전과 무역성장에 대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대만 정치인들은 주로 선거 득표에 마음을 쓰고 큰 틀의 산업전략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14억 대륙 시장의 기회를 억압하는 것이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를 두고 대만 분리주의 정치인을 지지하는 기업에 대한 중국 본토의 경고가 초기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만 분리주의자를 후원하는 기업에 대한 단속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제재는 본토에 있는 대부분의 대만 기업과는 무관한 것이며 대만 분리주의자를 지지하지 않는 기업들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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