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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한·미, 북핵 대비 작계 내일 발표···"군사적으론 북핵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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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에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하는 연합 작전계획(작계)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기존의 작계가 고도화한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평가에 따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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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18일 서울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참배를 마친 뒤 걸어 나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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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인 디펜스원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서울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만나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SPG는 한ㆍ미 군사당국이 새 작계를 만들 때 내용과 방향을 제시하는 큰 틀이다.

디펜스원은 이 같은 내용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미 국방부 장관 전용기 안에서 2명의 고위 국방 당국자로부터 들었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은 2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리는 제53차 한ㆍ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 1일 방한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2일 공식 발표 전까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하는 정부 소식통은 “여러 해 논의를 거쳐 한ㆍ미가 SPG의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ㆍ미가 새로운 작계를 만들기로 인식한 배경엔 기존 작계가 한반도의 전략 환경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ㆍ미 연합군사령부(연합사)가 갖고 있는 작계는 작계 5027과 작계 501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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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한·미 연합공군훈련 ‘맥스선더’에 참가 중인 미국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가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한·미는 유사시 북한이 전쟁을 벌일 경우를 대비한 작전계획을 세웠으며, 이에 따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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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나온 작계 5027은 북한이 대규모 기갑 전력을 앞세워 남침한다면 한ㆍ미가 이를 막아낸 뒤 반격한다는 작계다. 이를 위해 미국은 개전 후 90일 안에 병력 60여만명, 항공모함 5척과 전투함 160여척, 군용기 2500여대를 한반도에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작계 5027이 전면전만 상정했다는 평가에 따라 한ㆍ미는 2015년 작계 5015를 내놨다. 작계 5015는 전면전뿐만 아니라 국지전, 대량살상무기 등 다양한 상황에 맞게 짜였다. 또 작계 5029이라는 북한의 쿠데타, 대량 탈북, 대규모 자연재해 등에 대비한 작계를 따로 준비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작계 5015나 5027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이 불러온 한반도 전쟁의 양상을 그려내지 못했다”며 “어쨌든 한·미가 새 작계의 필요성에 공동으로 인식한 점은 한·미동맹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7년 6차 핵실험과 잇따른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마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의 대업을 이룩했다”며 “세계 최강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더욱 승리적으로 전진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신범철 센터장은 “한·미가 외교적으론 북핵을 인정할 수 없지만, 군사적으론 북핵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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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9일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력 완성과 핵강국을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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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선 중국, 유럽에선 러시아와 군사적 긴장이 커지면서 한반도 무력 분쟁에 기존 작계처럼 대규모 증원 전력을 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계획인 해외미군 배치검토(GPR)를 공개했다.

북핵을 변수에서 상수로 바꾸는 새 작계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미는 제52차 SCM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한 구체적 일정을 내놓기 위해 막판 조율 중이다. 디펜스원은 국방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새 작계는 한국군의 최근 전력 증강과 이에 따라 작계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작계에서 북핵이 강조되면 자연스럽게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가 중요해진다. 전작권을 전환하더라도 한국군 연합사령관이 미국의 확장억제 전력에 대해 명령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형식만 전작권 전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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