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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재명·윤석열 후보님, 저희도 사람이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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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단체가 모인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1일 서울 광화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이소연 기자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여야 대선 후보에게 입법을 통한 개선 약속을 촉구했다.

노동단체가 모인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1일 서울 광화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 앞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회 참가자 20명은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고 ‘취약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근로기준법이다’라는 피켓을 들었다.

이날 오전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도보로 서대문, 마포대교를 지나 여의도로 행진했다. 8.5㎞ 거리를 2시간가량 걸었다. 영하의 날씨로 여의도에 도착한 참가자들의 귀는 빨갛게 달아올랐다.

집회 참가자들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촉구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 주당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에게 전면 적용되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 등에서는 연차와 공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 야간·연장 근로수당 지급 의무도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부당 전보·해고를 당해도 구제받기 어렵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지난 2019년 기준 356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노동자의 약 19%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관리사무소 회계담당 노동자 강소연씨는 “저는 사람이 아니다. ‘말을 하면 주둥이를 쭉 찢는다’ 해서 말을 못하고, ‘죽이겠다’는 말을 들어도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다”며 “이유 없이 4년 동안 부당 해고를 3번 당했다. 복직 후 2차 가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합의서를 썼지만 폭언과 멸시, 협박 등의 괴롭힘을 당했다. 5인 미만 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냐”고 울먹였다.

일각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사업장을 쪼개는 ‘꼼수’를 사용한다. 가족, 지인의 이름으로 사업장을 여러개 만들거나 소속 직원을 사업소득자로 위장하는 방법이다. 권리찾기유니온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100곳이 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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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단체가 모인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이소연 기자
건설재해예방전문지도기관 사무직 노동자 김민정씨는 “워크넷 채용공고에 따르면 (사업장의) 근로자가 1명이었지만 30명의 직원과 함께 일했다”며 “서류상 다른 회사 직원들에게 2년간 업무 보고를 하고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회사 상사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출신이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의 혜택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고용노동부 전 직원까지 동원돼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근로기준법에 대한 대선 후보, 정당의 생각은 어떨까. 민주당과 정의당은 5인 미만 사업장 등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왔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개정안도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최근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주최 대선정책 토론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다만 윤 후보는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면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을 때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각 대선 후보를 향해서도 목소리 높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김경호씨는 “윤 후보는 개인이 존엄하게 살기 위해 사회적 조건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현재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자유롭고 존엄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지 묻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잡지사 기자인 김상은씨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당이 여성, 청년과 같은 상징적 인물을 영입한다는 소식이 아니다. 모든 노동자가 차별 없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는 소식”이라며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이 후보의 말처럼 노동권을 강조하는 대선후보가 취해야 할 행보는 명백해 보인다”고 전했다.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과 민주당 당사 앞에서 당직자들에게 ‘입법촉구서’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에서는 당직자가, 민주당에서는 윤준병·이수진 의원이 촉구서를 전달받았다. 윤 의원와 이 의원은 집회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책임을 갖고 근로기준법 개정 입법을 진행하겠다”며 “패스트트랙 등 법안 통과를 위한 여러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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