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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준석, 장제원 사무실 ‘저격 방문’…윤석열 “리프레시하러 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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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일 오전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당대표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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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틀째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숨바꼭질하듯 부산과 전남 순천을 순회했고, 윤 후보는 “이 대표가 부산에 리프레시(재충전)하기 위해 간 것 같다”며 ‘대표 잠적 사태’에 거리를 뒀다. 두 사람 모두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1일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갑자기 방문하고 장 의원 없는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당대표실은 “이 대표가 지역구 사무실을 격려차 방문했다.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기습 방문은 이 대표가 장 의원을 ‘우회 저격’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권성동 사무총장이 이 대표가 없는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 30분 동안 기다리다 돌아간 데 대한 맞불로도 읽힌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한겨레>에 “굳이 의원도 없는 사무실을 찾아 사진을 보란 듯이 찍어 공개하는 건 장 의원을 저격하기 위한 의도가 뻔히 보이지 않나”라며 “전날 사무실을 찾아온 권 사무총장에 대한 반발의 의미도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부산으로 내려갔던 이 대표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 선대위에서 역할 등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정 전 의장은 이날 <한겨레>에 “전날 밤 9시께 이 대표와 만나 일련의 당내 문제와 대선과 나라 걱정을 나눴다”며 “대표의 언행이 당 내분으로 비치지 않도록 유념하고 당내 모든 역량을 후보 중심으로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저녁 식사를 하며 침례병원 공공병원화와 가덕신공항 건립 문제 등을 논의했다다. 이날 오후 부산에서 전남 순천으로 이동한 이 대표는 이 지역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와 함께 지역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현안 당무를 챙기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퇴설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출하는 이 대표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대표가 잠적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것에 의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당연히 후보가 중심이 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의원은 “주도권을 잃고 싶지 않은 이 대표 입장에서는 20·30 표심이 아쉬운 윤 후보에게 절대 질 수 없는 카드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대표 잠적’이라는 초유의 상황과 맞닥뜨린 윤 후보는 이 대표와 조급하게 접촉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충청 방문 일정을 이어간 윤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휴대폰을 다 꺼놓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는,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오늘이라도 직접 만나러 갈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오늘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면 저녁이다. (이 대표가) 부산에서 바로 당무로 복귀할지, 하루 이틀 더 걸릴지는 모르겠다”며 “우리가 같이 선대위도 해야 하고, 최고위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 시간이나 회의 전후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고 했다. 당장 이 대표를 만나기보단, 당무 복귀 뒤 대면하겠다는 뜻을 밝혀 우선 복귀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또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 맡은 이 대표가 사무처에 홍보국장 통해서 부산에서도 선거운동 계획과 실행 방안에 대해서 계속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며 ‘당무 거부’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본질적으로는 주도권 다툼이어서 윤 후보가 갈등 해소를 위해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던 한 의원은 “이 대표를 달래주긴 해야 되는데, 전부 받아주기엔 앞으로 각종 요구가 심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윤 후보는 이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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