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권력을 견제해야 합니다. 우리가 책임을 묻지 않으면 누가 하겠어요"

1971년 워싱턴 포스트는 국방부 1급 기밀문서를 입수했습니다. 베트남전과 관련해 대통령들이 국민을 얼마나 속여왔는지가 낱낱이 담긴 문서였지요. 권력으로부터 갖은 협박이 쏟아졌지만 편집국장과 발행인은 밀어붙입니다.

"합시다. 보도합시다"

이듬해엔 워터게이트를 터뜨려 대통령을 쫓아냈던 워싱턴 포스트의 요즘 편집국 풍경입니다. 여기저기 피노키오 인형과 컵, 책과 포스터가 있습니다. 대통령, 정치인 공직자의 거짓말을 밝혀내는 진실 추적의 상징입니다.

뉴욕타임스 역시 '진실은 어렵다' 캠페인을 벌이며, 진실을 위협하는 시대에 맞서고 있습니다.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도, 온라인 세상에 창궐하는 거짓말 바이러스가 민주주의를 뒤흔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이 없으면 진실이 없고, 진실이 없으면 신뢰가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민무신불립'을 생각합니다.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는 공자의 가르침입니다. 백성은 물같이 순하지만, 말길이 막히면 홍수처럼 둑을 무너뜨리고 때로 세상을 휩쓸어버립니다. "백성의 입을 막고 죄로 다스린다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만다"는 율곡의 경고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 언론의 사명도, 국민의 언로를 터 국민의 뜻이 물처럼 흐르게 하는 것이겠지요. 그렇듯 저희 TV조선이 국민의 말에 귀 기울여온 지 오늘로 십 년이 됐습니다. 그 세월이 결코 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지난 10년은 질풍노도의 시기였기에 저희가 걸어온 길 역시 순탄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언론을 향한 온갖 압박이 쏟아졌습니다. 권력에 불리한 뉴스에는 으레 가짜뉴스라는 딱지가 붙었고 노골적으로 재갈을 물리려 드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물론 실수와 허물이 없지 않았다는 점 고백하고 반성합니다. 그래도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그 모든 빛과 그늘을 뚫고 10년을 지나온 힘은 무엇이겠습니까. 독자 없는 신문, 시청자 없는 방송이 무의미하듯, 언론이 바른말을 할 수 있는 힘은 오직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진실을 찾으려고 대낮에도 등불을 켜고 다녔다는 디오게네스처럼, 사실과 진실을 밝히는 새로운 10년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언론의 근본이기도 한 '무신불립'을 되새기며 다시 나아가겠습니다.

12월 1일 앵커의 시선은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였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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