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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프랑스판 트럼프’ 극우 언론인 제무르, 대선 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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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이민·反이슬람 주장

조선일보

극우 성향의 프랑스 언론인 에릭 제무르(Zemmour·63)가 30일(현지 시각) 내년 4월 예정인 프랑스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평소 반이민, 반이슬람, 무슬림에 의한 서구 문명 파괴 등을 주장해 ‘프랑스판 트럼프’로 불린다.

제무르는 이날 정오 동영상 소셜미디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9분짜리 영상을 통해 “(중동·아프리카) 이민이 급증하면서 프랑스에서 ‘진짜 프랑스’가 사라지고 있다”며 “자신의 조국에 사는 프랑스인들이 망명객이 된 것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프랑스를 구원하기 위해 대통령에 출마하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의 딸들이 머리에 스카프(히잡)를 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영상에서 1940년대의 구식 마이크를 앞에 놓고 연설문을 읽어내려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2차 대전 당시 영국 망명 정부의 드골 장군이 레지스탕스 참여를 독려하던 라디오 연설 장면을 연상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난 19일 영국 런던에서 자신의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기로 한 영국 국민의 활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무르의 출마로 프랑스 극우 진영은 제무르 지지와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 지지 세력으로 쪼개지게 됐다. 여기에 중도우파인 에마뉘엘 마크롱(43) 대통령과 우파인 공화당(LR)의 자비에 베르트랑 의장이 경쟁하는 모양새다. 30일 여론조사회사 해리스인터랙티브의 조사에서는 마크롱 현 대통령이 23%, 르펜 대표가 19%, 베르트랑 의장이 14%, 제무르가 13%의 지지율을 얻었다.

제무르는 알제리 출신의 유대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파리 지역 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 일간지 르피가로 논설위원 시절 TV에 등장하며 정치 평론가로 활약했다. 2014년 ‘프랑스의 자살’이라는 책을 써 유명해졌다. 68혁명 이후 확산된 나태한 진보주의가 프랑스를 망쳤다는 내용의 책이다. 제무르는 한때 지지율이 17~18%에 육박하며 마크롱 대통령을 바짝 추격했지만, 최근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다. 지난 9월 남프랑스의 바닷가에서 28세의 젊은 여성 보좌관 어깨에 팔을 걸치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불륜 논란이 일었고, 인종차별 발언 등으로 프랑스 법원에서 3건의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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