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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조폭 수사 기밀 입수’로 기소된 성남시장, 뿌리 깊은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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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은수미 성남시장이 2018년 취임 후 뇌물, 직권 남용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사로 밝혀진 그의 혐의는 파렴치 범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은 시장은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에게서 수사 기밀을 넘겨받는 대가로 경찰이 요청한 공무원 승진·보직, 특정 업체와 납품 계약 체결 등 청탁을 들어줬다고 한다. 아직 재판 전이지만 혐의 내용은 무슨 범죄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은 시장의 혐의에는 자신의 부하인 정책 보좌관으로부터 휴가비, 출장비, 명절 선물 등 여러 명목으로 현금과 와인을 받은 것도 포함돼 있다. 이런 ‘상납’을 무려 15개월간 받았다고 한다. 민주화 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국회의원,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성남시장에 출마한 사람이다. 그 경력은 일신 영달을 위한 것이었나.

이번에 은 시장이 기소된 것은 2018년 성남시장 선거와 관련이 있다. 이 선거 당시 은 시장은 2016~2017년 성남 지역 조폭 출신 사업가에게서 차량 편의와 운전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당선 후 기소됐다. 2심 재판에서 당선 무효형이 나왔지만, 대법원은 “검사가 항소 이유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황당한 이유를 붙여 면죄부를 줬다. 은 시장은 이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에게서 수사 기밀을 건네받고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또 기소된 것이다. 은 시장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성남시의 총체적 비리 사건”이라고 했다. 시장, 공무원, 경찰, 브로커, 업체 등이 서로 은밀하게 유착한 구조적·조직적 범죄라는 것이다.

근래 성남시장 중 구속되거나 기소되지 않은 사람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뿐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여당 대선 후보가 아니었다면 성남시장 시절 벌어진 대장동 사건에서 이렇게 무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이 후보와 조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구설이 이어진다. 성남시장과 관련한 뿌리 깊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성남 지역 정가에는 ‘조폭을 끼지 않으면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이 기회에 문제를 근원적으로 도려내야 한다. 이 후보와 은 시장은 대법원에서 1주일 간격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한 의혹도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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