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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사하겠다는데 경위서 내라”…이성윤 수사외압때 무슨 일이[法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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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불법으로 막으려 했다는 의혹의 수사를 무마하려던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2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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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공문서를 위조하고 법무부 공무원들이 개인의 출입국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한 상황이 생겨 수사하겠다고 하자 일선 검사의 말은 믿지 않고 사건 경위서를 써내라 하고, 이를 안양지청 지도부를 비롯해 대검찰청의 수많은 선배가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개탄스럽고 안타깝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한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 윤원일(40·사법연수원 36기) 검사가 증인신문 후 남긴 소회입니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선일) 심리로 열린 이성윤(59·23기) 서울고검장의 2회 공판에서입니다. 이 고검장은 2019년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안양지청에서 보고한 김 전 차관 불법출금사건 관련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도록 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소법정에 피고인과 증인으로 자리한 이 고검장과 윤 검사. “피고인에게도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며 윤 검사가 말을 꺼냈습니다. 6시간가량 이어진 증인신문에서 대검의 수사 중지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그는 “피고인이 수많은 진술을 부동의해 법정에서 신문하겠다고 하는데 그런 행동이 맞는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다”며 이 고검장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후배들을 불러 장시간 신문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하겠다는 계획이라면 피해자로서 피고인의 엄벌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 고검장과 당시 수사 검사 간 긴장감이 흘렀던 이날 재판을 중앙일보 법정 라이브 [法ON]에서 전해드립니다.



윤 검사가 기억하는 2019년 6월 19일



윤 검사의 기억에 따르면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검사의 비위 관련 보고서가 대검에 보고된 건 2019년 6월 19일이 처음입니다. 안양지청 수사팀 내부에서는 4월부터 이 검사가 김 전 차관 긴급출국금지요청서에 허위 내사번호를 적었다는 등의 의심을 하고 있었지만 보다 확실한 근거를 찾도록 보완을 거듭하고 있었고, 6월 19일에 안양지청 지휘부 보고를 거쳐 이를 대검에 보고했다고 윤 검사는 기억했습니다. 하지만 보고를 받은 대검의 반응은 윤 검사의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윤 검사가 대검에 보고서를 보내고 이틀 뒤인 6월 21일 윤 검사의 상관인 장준희(51·31기) 당시 안양지청 형사3부장 검사는 윤 검사를 불러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의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당시 장 부장검사는 윤 검사에게 “대검에서 (수사)하지 말라는데?”“한찬식 동부지검장이 (이규원 검사의 출국금지 승인요청서 대직 날인을) 승인했데”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장 부장검사는 이 사건 의혹을 공익제보한 인물로 지난 10월 증인으로 출석해 윤 검사와 비슷한 증언을 했습니다.

윤 검사는 그 다음 날인 22일의 기억도 증언했습니다. 대검에서 열린 한 검사의 결혼식에서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과 배용원 차장검사가 자신을 구석진 자리로 부른 뒤 “어제 장준희에게 얘기 들었지?”라며 “대검이랑 법무부에 보고됐다 하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고 윤 검사는 기억했습니다. 윤 검사는 이에 대해 “아무 사정변경이 없었는데 대검 보고 후 이틀만에 입장을 바꿔 수사하지 말라는 것을 보고 당연히 압력이 있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수사 중단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성윤측 “수사팀의 추측, 기소 전제 틀려”



하지만 이 고검장 측 주장은 다릅니다. 이 고검장 측은 이규원 검사 수사 중단은 대검의 지시가 아니라 안양지청 수사팀과 안양지청 지휘부의 갈등으로 중단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 고검장의 변호사는 “안양지청장은 대검에 보고서를 보내기 전 이미 법무부로부터 이규원 검사 관련 연락을 받은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또 당시 대검 선임연구관이 검찰 조사에서 “안양 지휘부와 수사검사 갈등이 있어 시끄럽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점도 제시했습니다. 그러자 윤 검사는 “대체 무슨 근거로 저렇게 허위 사실을 말하고 다니는지 되묻고 싶다”며 “지휘부와의 갈등은 없었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거짓 진술”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변호인은 이 고검장이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이규원 검사 혐의 관련 보고를 누락했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은 사실과 다르고, 수사팀 검사들의 추측일뿐이라는 반박도 내놨습니다. 변호인이 내세운 건 문 전 총장의 서면답변서입니다. 문 전 총장은 “이성윤에게 이런(이규원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알아서 하도록 해라고 지휘했다”“일선청이 고민할 일을 대검이 직접 고민해달라고 퍼 넘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는 취지로 서면으로 답했다고 변호인은 제시했습니다.

이에 윤 검사는 “제가 2015년 대전지검에서 근무할 때 검사장으로 모신 경험에 따르면 총장님께 보고서가 전달됐다면 이을 ‘퍼 넘긴다’고 표현하실 분이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윤 검사는 “검사가 문서 위조를 했는데 총장이 가만히 있다? 제 경험상 문무일은 그런 분이 아닙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고검장이 문 전 총장에게 보고를 누락했을 거란 취지입니다.

이 고검장 측은 이 사건 기소의 주요 전제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앞으로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피고인의 엄벌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윤 검사의 말에 이 고검장의 변호인은 “이 고검장을 압력을 행사한 주체로 보고 매우 나쁜 사람이 왜 후배들을 괴롭히냐는 취지의 진술인데, 압력의 주체라는 근거가 틀릴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외압으로 수사가 중단됐다는 주장과 압력을 행사한 적 없다는 주장은 두 차례 진행된 공판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내년 1월 12일로 예정된 다음 재판에는 안양지청 수사팀원이었던 최모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다음 재판도 중앙일보 [法ON]에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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