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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대출’에 그친 소상공인 추가 지원…받아도, 못 받아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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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세수 포함 10조8천억원 지원

대출 받는 헬스장 “빚만 늘어나”

못받는 업종은 “융자도 안해주나”

전문가 “규모 커보여도 실제론 대출

재정 아끼려는 꼼수 쓰는 모양새”

“중기부 전화도 안돼” 소상공인 분통


한겨레

지난 9월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의 한 점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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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초과세수 3조5천억원을 포함해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기존 대출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데 그쳐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 소상공인에게 1% 금리로 2천만원까지 대출하는 ‘일상회복 특별융자’를 지난달 29일부터 신청 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10조8천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지원 방안’의 하나다. 하지만 특별융자를 받아도 별 도움이 안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 강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박아무개씨는 “다른 지역의 헬스장 한 곳은 코로나로 문을 닫았다”며 “그동안 버티느라 수억원의 대출이 발생했는데 2천만원 대출을 더 받아봐야 도움도 안 되고 빚만 더 늘어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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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3천억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은 기존 지원 대책의 대상을 조금 늘렸을뿐 예산은 추가되지 않았다. 더욱이 수개월 전 시작한 기존 금융지원 대책의 잔액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1조원을 마련해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코로나 특례보증(2천만원 한도)은 11월 말 현재 잔액이 9천억원이다. 1천억원만 쓰인 셈이다. 또 신용등급이 낮은 소상공인을 위한 저신용 특별피해업종 융자(1천만원 한도)도 1조2천억원을 마련해 지난 7월5일부터 시행했지만 잔액이 9천억원에 이른다. 그나마 4월부터 시작한 고용유지 연계 융자(1천만원)는 5천억원 가운데 3천억원이 소진된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대출·융자 사업의 문턱만을 낮췄다. 코로나 특례보증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를 입은 업종까지 확대하고, 저신용 특별피해업종 융자는 신용등급 6등급 이하에서 5등급 이하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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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은 빚만 늘리는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대출 자격에서 빠진 이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미용실을 하는 나아무개씨는 “경영위기업종으로 희망회복자금 100만원을 받았다”며 “이번에 특례보증으로 2천만원을 대출받는다고 해도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라 지원금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반면 영화제작업을 하는 임아무개씨는 “영화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데 희망회복자금도 못받은 것은 물론 이번 대출 지원에서도 빠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유치원에 영어 교재를 납품하는 최아무개씨도 “지난번 희망회복자금의 경우 경영위기업종으로 묶여 지원금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매출 감소가 20%가 안 된다고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2019년 몸이 아파 9개월만 일한 매출이랑 코로나 이후 매출이랑 비교하는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손실보상법에서 제외된 관광이나 여행업, 문화예술업 등에도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발표된 대출 위주의 지원책에 대해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쌓이고 있는 형편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은 초과세수 19조원 가운데 상당액이 소상공인 지원에 쓰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당초 발표한 소상공인 손실보상액 1조4천억원을 빼면 초과세수를 통한 소상공인 지원 규모는 2조1천억원으로 초과세수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지원 방안’이 10조원 넘는 규모라고 밝혔지만 나중에 원리금을 회수하는 대출 지원 방식 위주여서 손실보상금 같은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융자 금액은 직접 자금지원과 달리 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정부 지원 규모가 큰 것 같은 착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애초 기재부가 1.5%로 융자하자는 것을 1%로 크게 낮춰 소상공인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 특례보증 한도도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늘리면 수요가 많아지고 다른 대출도 대상이 확대돼 빠르게 소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초과세수를 이용해 돕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대출이나 융자라서 소상공인이 돈을 빌릴 수 있어도, 빌릴 수 없어도 불만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며 “마치 기재부가 재정을 생각해 지원 규모만 커보이게 하고 재정을 아끼려는 ‘꼼수’를 쓰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한편,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대해 이의제기를 한 소상공인 상당수가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고양이카페를 운영하는 최아무개씨는 손실보상 하한액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려고 중기부에 연락하지만 닿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세종시에 있는 중기부에 직접 찾아가 하소연을 했다. 그는 “하루에 10개 전화번호에 수십 통화씩 열흘간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2020년 개업했는데 2019년에 매출이 있다고 나와 하한액 10만원이 책정됐다”며 “계산이 잘못 돼 이를 문의하려고 답답한 마음에 중기부에 전화를 했는데 연락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이 많아서 그럴수도 있지만, 정부가 소상공인의 고통에 공감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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