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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럽의 대만 지지’ 경계 나선 中… 리투아니아 경제보복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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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대표부 승인에 협력·교류 중단

키프로스와는 전략적 동반자 논의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관계 도모

EU선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투자

中 일대일로 사업 영향력에 대응

인권문제 거론하며 거리두기도

세계일보

시진핑 “아프리카에 백신 10억회분 지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중·아프리카협력포럼 장관급 회의 개막식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아프리카가 내년까지 인구 60%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중국이 백신 10억회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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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최근 대만 대표부를 승인한 리투아니아에 대한 경제보복에 착수하는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대만 지지’ 움직임 경계에 나섰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우군 확보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일부 유럽 국가는 대만 지지를 주장하는 등 중국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중국은 미국 압박을 피하는 방편으로 유럽을 활용하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내 레이저기술 관련 기업들이 최근 외교관계가 악화한 리투아니아 기업들과의 협력 및 교류를 중단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교와 정치적 문제가 원인이 아니라 코로나19 등으로 레이저기술 기업 간 협력과 교류가 중단됐다”며 “대만 문제에 대한 리투아니아의 실수를 고려할 때 가까운 장래에 협력이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 ‘한한령’(한류 제한령) 등 보복을 한 뒤 “어떤 조치도 취한 바 없다”고 발뺌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대만 지지’ 분위기가 유럽 전역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리투아니아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 설비에 필수적인 레이저 초정밀 기술을 보유하는 등 이 분야의 세계 최강국이다. 레이저 관련 수출액만 2019년 1억4760만달러(약 1739억원)였는데 그중 31.6%를 중국이 차지했다. 미국은 15.8%, 대만은 1.6%다.

리투아니아가 중국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보유한 대만과의 경제협력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언론은 25억∼30억유로(3조4000억∼4조원)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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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달 29일 타이베이의 총통부를 예방한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개국 의원 방문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타이베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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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유럽 국가들과 관계 도모에도 나서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 수교 50주년을 맞는 키프로스의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할 것을 논의하고, 키프로스산 농산물 수입을 늘릴 것을 약속했다. 키프로스는 EU와 중국 간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달 27일엔 왕이 외교부장이 스위스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외교적 보이콧’ 분위기가 확산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스포츠의 정치화를 반대해야 한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EU와 유럽 주요국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대만의 국제사회 참여도 지지해 중국의 ‘바람’이 외면당하는 모양새다.

EU는 1일(현지시간) 2027년까지 최대 3000억유로(약 400조원) 규모의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영향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이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으로 영향력을 키우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또 EU 회원국 27개국과 영국, 캐나다 등 총 32개국이 중국산 제품에 적용하던 관세 감면 혜택(GSP·일반특혜관세제도)을 1일부터 폐지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독일 새 정부가 중국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대만 지지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다른 주요국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 국회는 지난달 29일 대만이 세계보건총회(WHA),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등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네덜란드 의회도 중국을 핍박을 받는 리투아니아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엔 대만의 인터폴 참여를 지지하는 결의안도 통과시킨 바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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