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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50억 클럽’ 수사 첫단추 곽상도 신병확보 못한 檢…진술 등에만 의존하다 기각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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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조사만으로 영장 청구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도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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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 구성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이 구속 위기를 피했다.

곽 전 의원 사건은 검찰이 배임 관련 수사를 대부분 마무리짓고 이른바 '50억 클럽'과 관련해 시도한 첫 구속영장 청구였다. 로비 의혹 수사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곽 전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는 동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뉴스1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서 부장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곽 전 의원의 도주 우려 및 증거 인멸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곽 전 의원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이 알선의 대가라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완패'에 가까운 성적표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부탁을 받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측에 영향력을 행사한 뒤 아들 병채씨를 통해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약 2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김씨와 곽 의원, 김 회장은 성균관대 동문이다.

경쟁 상대인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A건설회사 측이 김 회장 측에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무산시키고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는데,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부탁해 김 회장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날 심사에서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청탁을 받았다는 일시를 특정하고 아들이 다른 직원들보다 과한 급여를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자료, 퇴직금 계좌를 곽 전 의원이 실질적으로 관리한 내역 등의 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알선 상대방이나 방법, 청탁 장소와 경위 등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자 진술과 일부 자료에만 의존해 단 한 차례의 조사 만으로 영장을 청구한 게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곽 전 의원은 심사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청탁 받은 경위나 일시, 장소 등이 오늘 심문 과정에서도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면서 "검찰이 (제시한) 근거는 김만배씨가 과거에 그런 얘기를 남욱 변호사에 한적 있다는 것 외에 없다"고 했다.

곽 전 의원에 수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겠다던 검찰의 계획 역시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은 수사 초기 곽 전 의원에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가 2015년 당시 곽 전 의원이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근무해 대장동 사업과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입증이 가능한 알선수재 혐의를 우선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50억 클럽' 등 로비 관련 수사 역시 난관에 봉착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50억 클럽' 명단엔 곽 전 의원뿐 아니라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언론사주 홍모씨,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거론됐다.

김 전 총장과 최 전 수석을 제외한 4명은 모두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50억 클럽이라는 게 실체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나마 박 전 특검의 경우 화천대유 민간사업자들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수사가 진척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의 고문 재직 사실이나 박 전 특검 딸이 회사가 보유한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받았다는 의혹, 인척 이모씨가 김씨로부터 받았다는 100억원 등은 모두 대가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로비 수사에서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검찰이 향후 '성남시 등 윗선 규명 수사',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압박 의혹'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등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 한 수사의지와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는 비판 여론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혐의를 보강해 곽 전 의원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할지, 불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길지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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