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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자연의 선물 나누니 오병이어의 기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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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의 기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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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메일을 열어보니 공장장 안드레아스에게서 즐거운 소식이 와 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 공장에서 일하는 모든 형제들이 바다 낚시를 가려고 하니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은 제게 연락 주세요…”

저희 공동체는 비즈니스로 “Commuity Playtings”라는 어린이 가구 공장을 운영하는데 이곳은 많은 형제 자매들이 함께 일하는 귀한 일터입니다. 함께 땀 흘리며 일하던 형제들을 격려하기 위해 공동체에서 바다 낚시를 보내기로 결정해 날짜가 정해지자 여기 저기서 형제들이 마음이 들떠 싱글벙글하는 모습을 보자 13년전 영국 비치그로브 공동체에 살 때 형제들과 함께 처음 바다 낚시를 간 기억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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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렸던 어느 여름날 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형제들과 처음으로 영국 도보해협 근처로 바다 낚시를 갔습니다. 한국에서 바닷가 갯바위에서 낚시한 적은 있었지만 배를 타고 낚시해 본적은 없어 내심 많은 기대를 하고 형제들과 함께 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한 1시간 배를 타고 나가자 파도가 일렁이자 뱃멀미가 올라와 속이 뒤집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낚시고 뭐고 괴로와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토하고 있는데 주위를 보니 저 뿐만 아니라 여기 저기서 대부분의 형제들이 뱃멀미로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 멀리서 머리에 빵모자를 푹 눌러쓴 프란츠 할아버지가 여유롭게 낚시대를 잡고 계속 고등어를 낚아 올립니다. 배멀미도 하지 않는지 낚시를 즐기시는 할아버지가 부럽기도 했지만 그 보다도 어떻게 이 지옥을 탈출해야 할지 정말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결국 2시간만에 모든 형제들이 낚시를 포기하고 도보 해변가로 돌아왔습니다. 모두들 배에 내리자 모래 사장에 벌렁 눕더니 하늘을 쳐다보며 이제 살았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며 낄낄낄 웃습니다. 물고기는 한 마리도 못 잡았지만 모두들 살았다는 기쁨과 지옥의 고통을 함께한 형제애(?)를 즐거워했던 그 때의 일이 제 마음에 좋은 추억의 한 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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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메이플릿지 공동체로 이사온 후 형제들과 처음 바다 낚시를 갔을 때는 영국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의사로 일하는 형제에게 배멀미에 특효인 약을 구해 미리 먹고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새벽 2시에 버스에 올라 3시간을 운전하자 케너티컷 부둣가에 닿았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새벽 5시에 예약된 차터 배에 올라 30분간 정도 바다로 나가자 반대편에 롱아일랜드가 보입니다. 저는 낚시대 하나를 집어 들고 보트 뒤쪽 구석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낚시대에 3인치정도 되는 빛나는 루어를 달고 바다에 밑바닥까지 내린 후 10미터 정도 감아 올리고 다시 떨어뜨리기를 반복하자 블루 피쉬가 올라옵니다. 블루 피쉬는 포기(감성돔)보다는 맛은 덜 하지만 힘이 세 허드슨 강가에서 40인치 되는 스트라이퍼 낚시할 때처럼 낚시줄을 감는 손맛이 장난 아닙니다. 10분 정도 블루피쉬와 전투를 벌인 후 배위로 끌어올리니 한 26인치 되는 멋있는 놈이 올라왔네요. 다시 낚시대를 바다속으로 던지자 또 다시 짜릿한 입질이 시작되고 내 손도 신이 나서 열심히 감아 올립니다. 이번에는 24인치, 또 다시 낚시대를 던집니다.

블루 피쉬 잡는 재미에 정신 없이 손을 놀리는데 보트 양쪽에선 난리가 났습니다. 블루피쉬가 힘이 세 낚시줄을 끌고 이러 저리 헤엄치자 옆에서 낚시하던 형제들의 낚시줄이 엉키어 낚시대를 들고 형제들 사이사이를 이리 저리 다니며 낚시줄을 푸느라 고생하는 형제들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오면서 보트 뒤쪽 구석에 한적하게 자리를 잡은 제 선견지명에 스스로 감탄해하며 형제들을 재미있게 지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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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킨 낚시줄을 푸느라 시간을 다 보내어 형제들이 6-7마리를 잡는 동안 저는 신이 나서 26마리를 잡았습니다. 그러자 더 이상 낚시줄을 감을 수 없을 정도로 팔이 욱신욱신거려 다음날까지도 온 몸이 아파왔지만 낚시 줄을 감아 올리던 손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고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오자 초등학교 1학년이던 어린 유빈이가 아빠가 물고기를 얼마나 잡아왔는지 궁금해 엄마 손을 끌고 주차장으로 나와 저를 기다리곤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며 올해도 형제들과 신나게 배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도 배 뒤쪽 구석에 자리를 잡아 지난번처럼 무리하지 않기 위해 블루 피쉬를 10마리 정도 잡고는 낚시바늘과 미끼를 조개로 바꾸어 블랙 씨베스를 잡았습니다. 블랙 씨베스는 블루 피쉬처럼 파이팅을 하진 않지만 스트라이퍼처럼 맛이 아주 좋습니다. 블랙 씨베스도 한 10마리 정도 잡고는 바다 낚시 처음 온 형제들이 열심히 블루 피쉬를 잡는 동안 저는 요한과 함께 배 한쪽에 누워 낮잠을 즐겼습니다. 푸른 하늘을 지붕삼아 누워 있으니 잠도 정말 꿀맛이네요.

형제들이 모두 함께 잡은 블루피쉬가 400마리 정도 되자 이제 충분하다며 낚시를 멈추고 1시간 반정도 보트를 타고 섬 주위를 유람을 합니다. 하늘도 푸르고 물결도 잔잔하고 정말 아름다운 날이네요. 보트에서 내려 근처 공원으로 가자 건강상 함께 보트에 오르지 못한 형제들도 모두 와서 우리를 반갑게 맞습니다. 한 쪽에선 형제들이 갓 잡아온 블랙 씨 베스를 굽고 데릭과 나는 근처 해산물 가게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새우와, 스칼렙과 참치를 사 가지고 와서 그릴에 구워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니 모두들 즐거워 합니다. 평소 공장에서 땀흘리며 함께 일하던 형제들이 오늘 하루 이렇게 함께 하나님이 주시는 자연을 맘껏 누리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에 제 마음도 형제들의 마음도 모두 행복과 즐거움으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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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의 기쁨으로 집으로 돌아와 형제들이 잡은 물고기로 공동체 모든 식구들이 함께 잔치를 벌리고도 남아 옆 공동체와도 기쁨을 나누며 제가 좋아하는 맨섬 어부들의 감사 찬송가를 힘차게 부릅니다.

햇빛과 이슬을 내려 주시고 수 많은 모래와 물고기

황금빛 곡식과 삶의 근원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네

광풍이 세게 몰아쳐 올 때 주께서 바다를 다스리시네

내배는 약하나 주는 강하니 도우소서 갈릴리 기억하소서

아내와 자녀들을 주께 맡기네

밭 갈고 바다에 그물 내릴 때

낮에는 황금 옥수수를 거두고

밤에는 은빛 물고기 끌어 올릴때

Happy Thanksgiving!

글 박성훈/부르더호프, 미국 메이플릿지 거주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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