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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이후가 불안한 온두라스 대통령…미국서 마약범죄 기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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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퇴임 앞두고 운명 불투명…망명 가능성도 제기

연합뉴스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
[온두라스 대통령실/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가 좌파 야당의 승리로 굳어지면서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퇴임 후 운명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대선 승리가 유력해진 야당 시오마라 카스트로(62) 후보에게 축하를 건넸다. 그는 "온두라스 국민의 뜻은 숭고하다"며 "평화롭고 민주적인" 정권 이양을 다짐했다.

카스트로 후보가 내년 1월 온두라스 첫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8년간 지켜온 대통령직과 더불어 면책특권도 상실한다.

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마약범죄 연루 의혹을 받는 에르난데스 대통령으로서는 불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미 검찰이 에르난데스 대통령을 주시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은 대통령 동생의 마약 밀매 혐의 재판 과정에서였다.

검찰은 2019년 에르난데스 대통령을 사건의 '공모자'로 지칭하며 마약 밀매 자금을 대선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을 비롯한 마약 밀매업자들이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넸고,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그 대가로 미국으로의 마약 반입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동생인 토니 에르난데스는 지난 3월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미 검찰은 에르난데스 대통령을 정식으로 기소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2019년 죄수복을 입은 모습의 에르난데스 대통령 형제 인형을 걸어둔 온두라스 시위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정부와 에르난데스 우파 정권은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였다.

2017년 온두라스 대선 당시 야권이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연임 성공에 의혹을 제기했을 때 미국 정부는 일찌감치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네며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미 검찰의 의혹 제기 이후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하며 미국과의 마약범죄 수사 협력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물러나면 미국은 비교적 부담 없이 그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온두라스에 신병 인도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카스트로가 전임자를 감싸줄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는 선거기간 에르난데스 대통령을 '마약범죄 독재자'라고 지칭한 바 있다.

미국의 수사, 그리고 혹시 모를 자국의 수사 칼끝을 피하기 위해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퇴임 후 망명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싱크탱크 미주대화의 마이클 시프터는 AFP통신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며 "선택지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미국 정부와 대립하는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좌파 정권과 돈독한 관계였음을 들어 니카라과행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온두라스 국민은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어느 나라서든 죗값을 치를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노점상인 케니아 말도나도는 AFP에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여기엔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법이 없고 부자들에겐 없다"고 자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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