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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겨울 될수록 효과 떨어지는 테이저건···“실전 방불케 하는 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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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저건, 두꺼운 옷 꿰뚫지 못해 가해자 제압에 어려움

교육 횟수 줄어들어···2019년 대비 지난해 ‘반토막’ 이상

전문가들 “삼단봉·테이저건·권총 등 복합적인 대응 필요”

“軍 ‘마일즈’ 훈련처럼 현실성 반영해야···평가제도 넣는 것, 방법”

경찰, ‘한국형 전기충격기’ 도입…경찰청장, 현장대응 부실 사과

헤럴드경제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신임 경찰이 물리력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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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강승연·박병국 기자] 현장에서 경찰의 물리적 대응이 부실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폭력적 가해자를 제압하는 방안으로 사용되는 테이저건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테이저건을 이용한 경찰 훈련이 부족한 것부터, 특히 겨울이 되면 테이저건에서 발사되는 전기침이 두꺼운 옷을 꿰뚫지 못해 제압이 어려워지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019년 3월 경찰에서 발표한 ‘비례의 원칙에 따른 경찰 물리력 행사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대상자의 행위를 위해 수준에 따라 5단계로 나누고 각각에 대응하는 물리력 수준을 세부적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대상자가 경찰관이나 제3자에게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는 ‘폭력적 공격’ 상태에서는 경찰봉, 방패, 테이저건 등을 이용한 ‘중위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선에 나와 있는 경찰관들은 테이저건 사용이 실제 현장에서 어렵다는 분위기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범인의 피부에 전기침이 닿아야 제압이 가능한데 패딩 잠바나 코트처럼 두꺼운 옷을 입는 겨울엔 테이저건을 쏴도 무용지물”이라며 “실탄 발포는 과잉 대응부터 민사 소송까지 이어질 부담이 있어 현장에서 사용하기 꺼려지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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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교육·실제 상황에서 사용된 테이저건·카트리지 횟수. [한병도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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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저건 등 경찰의 사격 훈련 실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이후로 줄어든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3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연도별 테이저건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교육 목적으로 사용 된 테이저건·카트리지 사용횟수는 5만8633건이나 됐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에는 7분의 1 수준인 8157회로 줄었다. 올해에는 6월까지 8182회로 지난해에 비해서는 늘었지만, 2019년에 비해서는 한참 못 미친다.

경찰 관계자는 “2017년과 2018년은 테이저건 예산 지원에 한계가 있어 교육을 많이 실시하지 못했다”며 “이후 2019년 ‘암사동 사건’이 발생하며 경찰과 대응 부실 논란이 일자 그해부터 테이저건 교육 훈련이 늘었지만, 이듬해부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다시 줄어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현장에 나가는 경찰들에 대한 테이저건 훈련이 많아져야 하는 한편, 훈련의 방식도 좀더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현실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고위험 상황에 대해 권총·테이저건·삼단봉 등 복합적인 제압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통상 테이저건의 사거리가 4m 이내인데, 가해자를 제압하지 못하면 물리적 위해를 당하기 충분한 거리”라며 “테이저건은 권총을 대체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니기에 물리적 제압을 할 때 경찰관들이 테이저건 외 삼단봉이나 권총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총알 대신 레이저를 이용해 실전과 같은 교전경험을 병사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마일즈(MILES·다중통합레이저 훈련체계) 훈련처럼 경찰의 물리력 대응 훈련에서도 현실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여태껏 경찰에선 테이저건 작용 요령만 가르쳐왔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격과는 매우 다르다”며 “단순히 서 있는 표적만을 겨냥하는 식으로 훈련을 진행해왔지만 실제 상황에서 범인이 가만히 서 있으리란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대에서 실시하는 마일즈 훈련처럼, 테이저건 훈련에도 경찰이 당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적용해 현실에 가깝게 실시해야 한다”며 “훈련 횟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사고과가 반영 되는 등의 평가제도가 있어야 경찰관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은 최근 ‘현장 대응력 강화’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원터치’로 도움이 필요한 경찰관의 위치와 지원 요청 메시지를 상황실로 자동 송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연말까지 개발해 다음 달 전국에서 시행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또 기존 테이저건보다 가볍고 3연발이 가능한 리볼버 형식의 ‘한국형 전자충격기’를 내년 1월 3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인천·경기남부·경기북부 4개 시도경찰청 지역 경찰 1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달 입교하는 신임 경찰 310기부터 교내 교육 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고, 현재 교육을 받는 309기부터 현장실습 2개월 시작 전 1주간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한 물리력 훈련 중심의 특별교육을 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창룡 경찰청장도 최근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 대한 경찰 대응 비판에 대해 머리를 숙였다. 그는 피해자의 동생이 경찰의 대응을 질타하는 취지로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의 답변자로 나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찰 모습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면서 “경찰 체질을 개선해 나가고 현장 대응력 강화을 강화하겠다. 지속·반복 제기된 불안 신고에 대해 범죄 사전 예방 절차·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청장은 “경찰의 최우선적인 책무는 단연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번 일은 경찰의 소명과 존재 이유를 저버린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 당일, 현장경찰관들의 행위뿐만 아니라, 사건 이전 반복된 112신고에 대한 미흡한 처리, 그리고 사건 이후 공감하기 어려운 언행으로 가족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여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yckim6452@heraldcorp.com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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