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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

블록체인 기반 '돈버는 게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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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블록체인 Now] 게임 패러다임 바꾸는 '플레이투언'

게임서 이기기 위해 돈 쓰는 구조 벗어나

캐릭터·아이템 NFT로 발행 현금화 가능

암호화폐로 보상받고, 아이템도 완전 '내것'

운영 중단돼도 소유권 유지하며 수익 창출

저소득국가선 게임이 생계 위한 '노동'으로

위메이드 '미르4 글로벌' 등 해외 공략 활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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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에 ‘플레이투언(Play To Earn·P2E)’ 열풍이 불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체불가토큰(NFT)에 암호화폐를 결합한 이 모델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 업계의 지각변동은 물론 저소득 국가의 노동 형태까지 바꾸고 있다.

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P2E 게임의 대표 주자인 엑시인피니티는 출시 3년 만에 전 세계 비디오게임 시가총액 5위를 달성했다. 베트남 스타트업 스카이마비스가 개발한 이 게임은 NFT와 암호화폐를 활용해 게임 내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플레이투윈(Play To Win)’ 방식인 기존 게임들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게임은 이기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 구조였다. 게임의 승률을 높이기 위해 돈을 주고 아이템을 구매했지만 온전히 ‘내 것’은 아니었다.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중고 거래를 할 수 있지만 게임 아이템은 되팔기도 어려웠다. 만약 게임사가 게임 운영을 중단이라도 하면 게임 아이템은 허공으로 사라진다. 사용자가 큰 비용을 지불해도 아이템의 소유권은 게임사에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P2E는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을 게임사로부터 각 개인에게 돌려줬다. 전 세계에 P2E 돌풍을 일으킨 엑시인피니티 게임은 캐릭터와 아이템을 NFT로 발행했다. NFT는 고유한 데이터가 담긴 토큰이다. 발행 내역과 거래 이력 등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렵다. NFT를 활용하면 디지털 콘텐츠에도 소유권 증명이 가능해진다. 게임 캐릭터와 아이템이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엑시인피니티 게임에서 구매한 캐릭터나 게임 아이템은 엑시인피니티가 운영하는 마켓플레이스는 물론 ‘오픈시’ 등 외부 마켓플레이스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 사용자가 게임사에 종속되지 않고 플랫폼을 넘나들며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를 소유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임 내 보상으로 받은 암호화폐를 현금화해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사용자는 엑시 캐릭터 NFT로 전투·수집·양육 등을 할 수 있는데 전투에서 이기면 스몰러브포션(SLP)이라는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받는다. SLP로 엑시 능력치를 높이거나 암호화폐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엑시인피니티가 성공하면서 게임 기축통화인 엑시인피니티(AXS) 코인은 1일 업비트 기준 최근 6개월 동안 3,323.08% 폭등했다.

P2E 모델 흥행으로 저소득 국가의 노동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NFT, 메가트렌드가 될 것인가’ 보고서에서 “일자리를 잃은 필리핀 사람들이 SLP를 획득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필리핀뿐만 아니라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동남아 지역에서 노동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임이 유흥을 넘어 생계유지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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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E는 게임 업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는 최근 P2E 방식을 채택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 글로벌’을 내놓았다. 엑시인피니티 게임 열풍을 몰고 온 P2E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미르4 내에서 흑철 10만 개를 모으면 게임 토큰인 ‘드레이코’로 바꿀 수 있다. 이 드레이코는 위믹스 플랫폼 기축통화인 ‘위믹스’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고 위믹스는 해당 토큰이 상장돼 있는 거래소에서 현금화 가능하다. 게임을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면서 미르4는 전 세계에서 흥행하고 있다. 출시 당일 총 11개 서버로 시작한 미르4 글로벌은 현재 총 207개 서버로 확대됐다. 최근 동시 접속자 수는 13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13일 미르4 글로벌은 벨기에·필리핀·영국·베네수엘라·브라질·네덜란드·이라크·카타르 등 국가에서 롤플레잉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재미와 부가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서 서구권 이용자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르4의 흥행을 지켜본 국내 게임사들도 잇따라 P2E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오는 2022년 중으로 NFT와 블록체인이 결합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P2E를 근간으로 한 NFT 기반 게임을 내년 중으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넷마블도 내년 초 NFT 게임을 공개할 예정이다. 컴투스는 개발사 알피지리퍼블릭과 신작 MMORPG ‘거상M징비록’에 P2E 모델을 적용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P2E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익 모델보다 게임의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NFT와 P2E는 게임 흥행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나 게임이 매력적이지 않거나 이용자풀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와 가치가 영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임 아이템을 NFT로 발행해도 게임 자체가 재미가 없어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없다면 P2E 모델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배 CFO는 “버추얼 월드 안에 있는 재화나 콘텐츠가 의미를 갖기 위한 핵심은 게임 자체의 경쟁력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지금은 P2E라는 용어가 대세가 돼 사용하고 있지만 플레이앤언(Play and Earn·Pa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게임이 아니라 재밌는데 돈도 버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다.

도예리 기자 yeri.do@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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