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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그렇다면 여기까지"→격한 포옹…윤석열·이준석 숨막혔던 나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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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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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회동을 마친 뒤 두 손을 맞잡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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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지난달 29일 오후 8시44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란 메시지를 남기고 연락두절 된 지 4일 만에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오는 6일 공식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양측의 갈등이 극에 치달으며 당 안팎의 우려를 샀지만, 결국 대반전에 성공하면서 앞으로 이들이 공동으로 펼칠 선거운동이 더 탄력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준석,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이후 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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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사무실을 방문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준석 측 제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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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지난달 29일 '^^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_^p'란 게시글을 페이스북에 약 50분 간격으로 올리고 30일부터 당무를 거부한 채 칩거에 들어가자 정치권에선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그가 당대표직이나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는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이 대표가 전날 윤 후보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충청 방문 동행 일정을 사전에 공지받지 못한 데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영입에 대해서도 '이준석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대표의 행적은 1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30일 부산을 방문해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 선대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들었다.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만나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도 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당일 오전에는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사상구 사무실을 찾아 당직자들과 밝은 표정으로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앞서 이 대표는 장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뒤에도 윤 후보 최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지적한 바 있어, 장 의원을 우회적으로 저격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준석 침묵 깨자 尹 대응 급변…제주 회동은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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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무를 중단하고 잠행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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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까지 윤 후보의 대응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2박3일간 충청지역 방문 중이었던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잠행을 '리프레시(재충전)'이라고 표현했다. 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적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와 이런 문제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태연한 입장을 보였다. 30일 권성동 사무총장이 대신 이 대표를 만나러 지역구 사무실에 갔지만 형식적인 제스처였단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는 1일 오후 순천과 여수에 이어 2일 오전 제주에 방문하며 지방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던 이 대표가 침묵을 깨자 상황은 급변했다. 이 대표는 2일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이후 저는 당무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 후보 측으로부터 '패싱' 당했음을 실토한 것이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를 언급하며 "저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들이 지금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에 대해 인사조치를 하라는 '폭탄발언'도 내놨다. 같은 날 밤 JTBC와 인터뷰에선 "'당 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 같이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고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 후보의 태도는 급격히 변했다. 윤 후보는 2일 밤 제주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3일 이 대표가 윤 후보를 만날 뜻이 없다고 밝히자 제주행을 실천에 옮기진 않았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에서 의제를 사전에 조율해야 만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극적 성사된 울산 회동…김종인 선대위 합류 '화룡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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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회동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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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3일 오후 울산으로 이동한 후 김기현 원내대표를 만나면서 갈등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김 원내대표와 만난 후 윤 후보와의 3인 회동을 공식화했다.

결국 나흘에 걸친 갈등 끝에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정권교체의 열망을 받들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일체가 되어 가기로 했다"고 선언하며 세 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특히 양측은 선대위 합류를 보류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윤 후보가 지난 5일 선출된 이후 한 달 가까이 선대위 구성을 놓고 이 대표와 갈등했던 핵심 문제가 풀린 셈이다. 이 대표의 '잠행'으로 시작된 국민의힘 선대위의 내분 사태는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격한 포옹으로 끝났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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