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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경찰 못 믿어'…데이트폭력·스토킹에 월350만원 이 서비스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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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비 데이트폭력 관련 '경호 요청' 40% 증가

호신용품 판매도 증가…"공권력이 해결 못해서…강력처벌해야"

뉴스1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모씨(35)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1.11.2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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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김병찬 사건을 비롯해 전 연인의 스토킹, 폭력 등 범죄가 잇따르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설 경호 업체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사설경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에서 데이트폭력 관련 상담 건수와 서비스 이용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별 후에도 지속적인 스토킹과 협박, 폭행 등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최근 충북 옥천에서도 헤어진 남자친구가 휘두른 20대 여성이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고,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찾아가 수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린 혐의를 받는 남성이 경찰에 현행범체포 되기도 했다.

◇'안전이별' 찾는 사람들…상담건수 증가

실제로 이별 후 전 연인의 범죄 대상이 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20년 한해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을 분석한 '2020년 분노의 게이지'에 따르면, 그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97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31명이었다. 이중 '결별이나 재결합 요구를 거부해서' 피해자가 된 여성이 53명으로 가장 많았다.

남성도 스토킹 등 범죄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전북에서는 지난 7월 전 남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한 30대 여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경호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사설 경호업체들은 아이들 등하교 픽업 서비스,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최근에는 전 연인으로부터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서비스를 찾고 있다.

조인호 케어가드서비스 대표는 "데이트 폭력 관련 범죄가 나오면서 상담건수가 2배 정도 늘었다"며 "작년 대비 데이트폭력 관련 경호 요청은 40% 증가했다"고 했다.

경호원 중개 플랫폼 '지킴'을 운영하는 최규성 주식회사 가디어스 대표 역시 "데이트폭력 관련 보호 요청이 300건 중 50건 정도를 차지한다"며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 있는데 최근 상담 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여성의 비중이 높지만, 남성들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다. 조 대표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15%는 남성이라고 한다.

사설 경호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업체마다 서비스 요금은 다르지만 2~3시간에 20만원이 훌쩍 넘으며,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최소 월 150만원 안팎으로 든다. 전담 경호원의 경우는 월 350만원 안팎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해당 업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경찰의 신변보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다. 조 대표는 "경찰한테 스마트워치 받았지만 출동하는데 10분 이상 걸리는 데다, 위치도 정확하지 않아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비용이 많이 들어도 가해자가 구속되기 전까지 1:1 전담경호를 요청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도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경찰이 가고 나면 숨어 있다가 나타나서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경찰의 대응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는 편"이라고 했다.

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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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탐정사무소 찾기도

피해자들이 탐정사무소 등 사설 업체를 찾기도 한다. 부산의 프로탐정 전문회사 김수정 대표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며 "신변보호 서비스나 귀가 시 동행 서비스, 다른 명의의 폰을 이용해 위치를 숨겨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용적 측면에서 신변보호 서비스를 지속해서 이용하긴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데이트폭력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호신용품의 판매량이 느는 추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 전년 동기 대비 G마켓에서 호신용 호루라기 판매량은 79%, 도어 경보기 판매량은 158% 늘었고, 옥션에서도 각각 290%, 40% 증가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권력이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보호나 문제 해결을 못 하기 때문에 사설 업체를 찾는 것"이라며 "가해자 처벌이나 강력한 제재가 따라줘야 피해자들이 사적 해결방법을 찾지 않고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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