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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백화점은 놔두고 학원은 방역패스 적용, 학습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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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주간의 강화된 방역대책 시행을 하루 앞둔 5일 서울의 한 쇼핑몰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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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대상 방역패스 시행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고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 백신 접종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학부모는 불안감을 보인다. 이들은 특히 학원과 독서실이 방역패스 시행 대상에 포함된 것에 민감하다. 학부모 A씨는 “집단감염이 자주 발생하는 종교시설이나 백화점은 놔두고 학원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건 학습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2~18세(초 6학년~고 3학년) 청소년에 대해 내년 2월 1일부터 방역패스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방역패스는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제시하는 접종 완료 증명서다. 이를 적용할 경우 접종을 마치지 않은 청소년은 시설 이용이 제한된다. 방역패스 시행 대상에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학원, 독서실, 스터디 카페, 도서관 등이 포함됐다. 접종하지 않았을 경우 48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청소년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4주간 소아·청소년의 코로나19 감염률은 성인보다 높았다. 18세 이하 청소년의 경우 10만 명당 99.7명꼴로 감염됐다. 성인은 76.9명이었다. 접종해도 돌파감염 사례가 있지만 치명률은 뚜렷이 낮아진다. 지난달 8일 발표한 중대본의 확진자 26만 명 대상 조사 결과에서도 미접종자 치명률은 0.6%로 0.12%인 접종 완료자의 5배였다.

학부모는 불안감을 호소한다. 백신 부작용이 중장년층보다 청소년에게 더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 접종 완료율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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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붙어있는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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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에 따르면 4일 자정 기준 12~17세 청소년 접종 완료율은 27.9%다. 18세 이상 성인의 접종 완료율은 90%를 넘는다. 접종 시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1, 2차 접종 사이 기간과 2차 접종 후 항체 형성 기간을 고려할 때 이달 중 접종해야 한다. 학부모 B씨는 “내년 2월까지 완료하려면 이달 셋째 주까지 접종해야 한다”며 “기말고사 기간에 접종하라는 황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거센 반발 배경에는 말을 자주 바꾼 정부에 대한 불신도 자리한다. 앞서 교육부는 여러 차례 청소년 백신 접종은 자율 선택에 맡긴다고 했다. 지난달 수도권 전면등교 시행 땐 학생 감염 위험이 크지 않다고 했다. 몇 달 사이 청소년 백신 정책을 뒤집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은 “정부가 백신의 안정성, 효과, 실익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신뢰부터 얻는 게 중요하다”며 “학생 접종은 권고하되 자율에 맡기는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원도 반발한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많은 학원이 아직 내년 2월 비대면 수업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학원에 청소년 방역패스를 도입하는 건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경제적 여유가 있고,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가정은 개인 과외로 전환해 위화감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청장은 “학교는 전면 등교하는 상황에서 학원만 이용을 제한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며 “청소년 접종이 방역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부담을 아이들에게 떠넘기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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