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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노래와 세상]조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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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옛날이 그리워진다. 특히 송년모임으로 분주해야 할 연말이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 따지고 보면 사랑도 첫사랑이나 옛사랑이 훨씬 더 선명하고 애틋하다. 아이유의 리메이크곡을 듣다가 원곡자인 조덕배를 소환하는 건 그런 기분이 반영된 결과다.

‘쓸쓸하던 그 골목을/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난 기억합니다/ 사랑한단 말 못하고/ 애태우던 그날들을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 철없었던 지난날의/ 아름답던 그 밤들을/ 아직도 난 사랑합니다.’

‘나의 옛날이야기’가 처음 발표된 건 1978년이었다. 싱어송라이터인 조덕배가 선배인 함중아에게 편곡을 부탁하여 발표했지만 뭔가 애틋함이 부족했다. 1985년 정식으로 1집 앨범을 냈을 때 팬들은 비로소 이 노래를 알아봤다. 조덕배는 탁월한 호소력이 돋보이는 옐로 보이스로 듣는 이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이 노래는 중학교 3학년 때 이웃집 소녀를 짝사랑하면서 써놨던 글이 토대가 됐다. 조덕배는 꿈속에서 소녀를 만나다가 엄마가 깨우면 다시 잠을 청할 정도로 소녀를 좋아했다. 그 진정성 때문인지 조관우, 성시경, 조PD, 이수영, 조성모, 악퉁 등 수많은 후배가 리메이크했다.

조덕배는 따스한 노래와 달리 삶이 순탄치 않았다. 가수 데뷔 전에는 모그룹 회장이었던 작은아버지 덕분에 풍족하게 살았다. 그러나 1980년대 전두환 정권에 의해 그룹이 해체되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이후 결혼생활의 실패, 대마초 투약 등의 악재와 뇌출혈 투병 등이 겹치면서 쉽지 않은 가수 생활을 이어왔다.

긴 터널을 벗어나 안정을 찾은 조덕배의 어쿠스틱 기타와 옐로 보이스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진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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