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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李 “청소부 아버지, 비천한 집안” 가족사 꺼내 감성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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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론 맞서 인물론 연일 강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주말 전북에서 “제 출신이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고 했다. 이 후보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을 “(돌아가신) 형님과 화해 못 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둘러싼 가정사 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최근 가정사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전북 군산 공설 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하도 말이 많으니 우리 가족들 얘기 한번 하겠다”면서 “제 출신이 비천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전민 출신인 아버지는 화장실 청소부, 어머니는 화장실을 지키며 10원, 20원에 휴지를 팔았다”며 “큰형님은 탄광 건설 노동 하다가 추락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잘랐고 이번에 오른쪽 발목까지 잘랐다고 며칠 전 연락이 왔다”고 했다. “우리 누님은 요양보호사고, 아시는 대로 정신 질환으로 고생하던 형님은 돌아가셨다”면서 “넷째 여동생은 미싱사를 하다가 화장실에서 죽었고, 제 남동생은 지금 환경미화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누가 집안이 엉망이라고 흉을 보더라”며 “저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이어 “제가 (그렇게) 태어난 것을 어쩌겠나. 그러나 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고 했다.

지난 3일 방송된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도 이 후보는 “정말 가난해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할 정도로 ‘흙수저’도 아닌 무(無)수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갈등을 빚은 셋째 형(고 이재선씨)과 관련해서도 “당시 어머니를 두고 다퉜던 일에 대해 대화도 못 해보고 돌아가셨다”며 “한 번은 터놓고 얘기했어야 했는데, 그런 안타까움이 있다”고 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가정사 노출’은 정권 교체론이 비등한 현재의 여론 지형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동률(각 36%)이었지만 정권 교체를 기대하는 여론은 53%(정권 유지 36%)에 달했다. 이 후보가 불리한 구도 속에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대 윤석열’ 인물 대결을 부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선 “유권자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이 날카로운 이 후보 이미지를 중화하는 데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는 5일 전북 정읍을 찾은 자리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군사 정권이 안 되는 것처럼 검찰 정권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인물론을 재차 부각했다. ‘정권 심판론’에 대해서도 “복수하는 대통령을 원하느냐, 경제 살리는 대통령을 원하느냐”고 했다.

하지만 인물론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역효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는 자신의 일생에서 벌어진 대장동 게이트, 살인자 전문 변호, 변호사비 대납 의혹, 형수 욕설 논란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비천한 출신 탓으로 돌려세웠다”며 “수많은 의혹을 철 지난 감성팔이로 극복해보겠다는 뻔히 보이는 수”라고 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도 “가난하게 크면 모두 이 후보처럼 사는 줄 아느냐”면서 “천문학적 대장동 이익을 7명에게 몰아주는 몰염치한 행정 행위야말로 비천한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와 가족들은 ‘화전민 출신’이라는 부친을 ‘법대 중퇴’ 학력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집안 형편 어려움을 과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후보의 큰형은 지난 4일 공개된 한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공군 대구 동촌비행장에서 근무하면서 영남대(옛 청구대) 법대를 다녔다”며 “법을 공부했으니까 아버지 평생의 원이 사법시험 되는 것이었는데 아들(이 후보)이 풀었다”고 했다. 이 후보도 부친에 대해 “학비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청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후보 아버지가 화전민이란 얘기도 있고, 영남대 법대를 나온 엘리트라는 얘기도 있고…. 어느 쪽이 사실이냐”며 “자신의 바이오그래피(전기)를 터무니없이 과장 혹은 왜곡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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