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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무역의 날 58돌] K무역의 힘…공급망 흔들려도 사상 최대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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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한국무역협회·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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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환경 변화 흐름 속에 통상전략도 세계 10위 경제 규모에 맞게 변모해야 합니다. 한국 무역은 내년에도 1조달러 규모를 크게 넘어서며 안정적으로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앞으로 통상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갈수록 높아지는 환경·안보·노동·인권에 대한 기준도 무역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우수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허브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다자간 무역질서 회복을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처한 무역 현실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올해 한국은 코로나19 사태라는 엄중한 대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수출 호조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수출 호조세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수출기업들이 급변하는 세계적 통상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구 회장이 역설한 것이다.

한국 수출은 올해를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우뚝 반등하는 한 해로 만들어갔다.

우리 수출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내년에도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1년 수출입 평가 및 2022년 전망'에서 올해 우리 수출이 전년 대비 24.1% 늘어난 6362억달러, 수입은 29.5% 증가한 6057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2.1% 늘어난 6498억달러, 수입은 1.6% 증가한 6154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수출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에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나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석유제품, 섬유,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기기 등 올해 선전한 품목들의 좋은 업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는 D램 단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최신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에 따른 대규모 서버 교체 수요, DDR5로 D램 세대 전환, 견조한 시스템 반도체 초과 수요 등으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2년 연속 수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4.0%), SSD(1.5%), 무선통신 기기(2.0%) 등 주요 정보통신(ICT) 품목 수출도 비대면 경제 확산과 함께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부 품목의 경우 구조적인 여건으로 수출이 다소 감소할 전망이다. 철강(-9.0%)은 과잉 상승했던 제품 단가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부품(-1.0%)도 반도체 공급난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대비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선박(-5.0%)은 코로나19 사태를 전후해 수주가 줄었던 여파가 내년에 인도 물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수출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도 선진국 경제가 주도하는 글로벌 경기 회복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주요국 인플레이션 확대 등은 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입의 경우 국내 경기 회복과 올해 하반기 수준의 국제유가 흐름, 견조하게 유지되는 원자재 가격 등으로 올해 대비 소폭 상승(1.6%)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대비 소폭 확대된 344억달러로 예상했다.

내년 세계 통상 트렌드는 코로나 19 사태 이후 공급망 교란이 심화되면서 국가별 각자도생 강화 정책과 미국 주도 동맹국 위주 공급망 재편(깐부쇼어링·Friendshoring)이 본격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오징어 게임으로 풀어본 2022 통상 전망'에서 내년에 주목해야 할 통상 이슈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편 가르기 본격화 △미·중의 '관리된 전략 경쟁' 장기화 △자국 내 조치의 일방적인 초국경적 적용 확대 △호주·중국의 무역갈등으로 본 상호 의존 시대의 무역분쟁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둘러싼 통상 갈등 증폭 등 5가지를 꼽았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발생, 미·중 패권경쟁 지속, 기상이변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자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국가와 기업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면서 "주요국들은 각자도생의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은 동맹국 위주로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깐부쇼어링'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과 중국은 각각 내년 가을 중간선거와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통상 갈등 국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되 남용하지는 않는 '관리된 경쟁'을 펼칠 것"이라며 "미·중 경쟁은 기술 경쟁, 핵심 물자 공급망 재편, 동맹국 동원과 국제적 영향력 확대 등 한층 복합적인 전략 경쟁의 양상으로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간 팽팽한 줄다리기 경쟁이 지속되면서 다자무역 체제가 약화되자 개별 국가가 자국의 법률과 조치를 일방적으로 타국에 적용하는 현상이 세계적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안 공개 이후 많은 국가가 탄소국경조정세, 탄소세, 기후클럽,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 탄소 글로벌 협정 추진 등 환경과 무역이 연계된 다양한 정책 논의를 본격화했다"면서 "무역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한 논란이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호주와 중국 간 무역갈등이 통상 분쟁 본격화의 전조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박천일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중 패권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가별 공급망 안정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이 난립하면서 통상 갈등과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무역협회는 우리 기업들이 국제정치 등 다양한 이슈가 맞물리는 복잡한 통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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