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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Zoom Up] 드골·시라크의 공화당서 첫 여성 후보… 佛 대선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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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레스, 결선투표서 22%p 역전승

“우파가 프랑스의 해결책” 선언

정부 예산 삭감·이민 억제 내세워

내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프랑스에서 보수 성향 여성 정치인 발레리 페크레스(54) 일드프랑스(파리와 그 주변 지역) 주(州)지사가 이변을 일으키며 급부상하고 있다.

페크레스 지사는 4일(현지 시각) 총 11만4000명이 참여한 프랑스 공화당(LR) 대선 후보 결선투표에서 총 61%의 지지율을 얻어 공화당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경쟁자인 에릭 시오티 하원의원(39%)을 약 22%포인트의 큰 차이로 꺾었다. 앞서 3일 벌어진 1차 투표에서는 시오티 하원의원이 1위, 페크레스 주지사가 2위였는데 ‘막판 역전’ 한 것이다. 프랑스 공화당은 샤를 드골, 조르주 퐁피두,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등을 배출한 프랑스의 정통 보수 우파 정당이다. 공화당이 대선에 여성 후보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크레스는 준수한 외모에 지적이면서 똑 부러지는 이미지가 돋보이는 인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같은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으로, 유럽 최고 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HEC파리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프랑스어 외에도 영어와 러시아어, 일본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다.

1998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눈에 들어 그의 보좌관으로 공직에 입문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정부 대변인과 예산 담당 장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장관 2회, 차관급 3회를 역임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2015년 한국의 경기도지사 격인 일드프랑스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거물 정치인이 됐다.

조선일보

4일(현지 시각) 프랑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발레리 페크레스(가운데) 일드프랑스 주지사가 파리에서 경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샤를 드골,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등을 배출한 공화당 대선 주자로 여성이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통 보수 우파를 표방하는 페크레스는 내년 4월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 에릭 제무르, 마린 르펜 등과 맞붙는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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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보수 우파 노선을 추구하는 그는 이날 당선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파가 돌아왔다. 우파가 프랑스의 해결책이다”고 선언했다. ‘프랑스의 긍지 복원과 프랑스인 보호’가 그의 대선 정책 슬로건이다. 과도한 정부 예산 삭감, 이민 억제, 가족의 가치 옹호, 범죄 척결 등 전형적 보수주의 정책을 내세웠다. ‘프랑스의 구원’을 내세운 에릭 제무르와 ‘위대한 프랑스’를 내세운 마린 르펜과 언뜻 유사해 보이나, 이들을 “인종차별적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대립각을 세웠다.

페크레스는 내년 대선에서 결선 투표에 나갈 지지율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달 26~29일 프랑스 여론조사업체 해리스인터랙티브의 여론조사에서 그는 11%의 지지율로 마크롱 대통령(24%), 마린 르펜(20%), 에릭 제무르(13%)에 이어 4위였다. 하지만 이번 당내 경선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통해 프랑스 언론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컨벤션 효과’가 기대된다.

그녀는 선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2002년, 2007년, 2012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내리 승리했고, 2015년 일드프랑스 주지사 선거는 두 번째 도전에서 당선됐다. 프랑스 일간 르프로그레스는 “페크레스는 2010년 일드프랑스 주지사 선거를 빼면 패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여성이지만 보수적 가치를 내세우고, 지적이고 단호한 리더십을 부각함으로써 중도 우파인 마크롱 대통령과 에릭 제무르, 르펜 사이에서 고민하던 부동층 표를 흡수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르펜 후보는 페크레스 당선 소식에 “그는 (엘리트라는 점에서) 마크롱과 비슷한 인물”이라며 “민중의 반대편에 서있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프랑스 시뉴스TV는 “앙겔라 메르켈이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연상시키는, ‘믿음직한 여성 리더’란 이미지 전략이 먹혀들면 지지율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페크레스는 자신을 이 두 사람에 빗대왔다. 그는 3일 BFM TV 인터뷰를 통해 “나는 자기주장을 고수할 용기가 있으며, 맡은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면서 “메르켈·대처같이 우리 국민의 이익을 있는 힘을 다해 옹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쟁자였던 에릭 시오티의 지지 세력 ‘보수운동’은 4일 “페크레스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됨에 따라 대선에선 에릭 제무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운동은 ‘문명으로서 프랑스의 보전’을 주장해 왔다. 이는 “이슬람 문명으로부터 프랑스 문명을 보호하겠다”는 에릭 제무르의 주장과 상통한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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