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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함께 불상, 불화를 만들다…조선 승려 장인들이 빚은 불교미술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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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선의 승려 장인’ 전은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조성한 승려 장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전이다. 7일 개막하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엔 국보 2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5건 등 총 145건(15개 사찰 출품작 54건 포함)이 나온다.

박물관은 주목할 작품으로 우선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보물)을 꼽았다. 조각승 단응이 1684년(숙종 10)에 불상과 불화를 결합해 만든 작품이다. 337년 만에 처음으로 사찰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붓의 신선’으로 불린 18세기 전반의 화승 의겸의 1729년(영조 5) 작 ‘해인사 영산회상도’(보물), 18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화승 화련(華蓮)의 1770년(영조 46) 작 ‘송광사 화엄경변상도’(국보)도 서울 전시는 처음이라고 한다. 박물관은 “이 불상과 불화들은 좀처럼 함께 모이기 어려운 명작들이다. 관람객들은 한 자리에서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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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과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가로 215㎝, 세로 261㎝의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은 직사각형 모양 좌우에 구름무늬 조각을 덧붙여 장엄하게 장식했다. 본존불인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보살과 제자 등을 상·중·하 세 열로 배치했다.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가운데가 본존불인 아미타여래좌상, 왼쪽 관세음보살 좌상, 오른쪽이 대세지보살 좌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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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은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승려 장인은 누구인가’이다. 승려 장인은 전문적인 제작기술을 지닌 출가승을 말한다. 부처를 형상화하는 조각승과 화승이 중심이었다. 박물관은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으로 협력하여 불상과 불화를 조성했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으며 기술을 전수했다. (공동 작업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조선 불교미술의 특징”이라고 했다. 전시작에 관여한 승려 장인은 모두 36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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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화엄경변상도’. 화승 화련 등 13명이 1770년(영조 46) 때 함께 제작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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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장인과 승려 장인의 불교미술 작품을 대비한다. 1458년(세조 4) 작 경북 영주 흑석사 소장 ‘법천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국보)은 도화서 화원과 관청 소속 장인이 제작한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1622년(광해군 14)의 ‘목조비로자나여래좌상’(보물)은 조각승 현진(玄眞)을 비롯한 승려 장인들이 협업해 만든 기념비적인 상이다. 박물관은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제작방식과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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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서 화원과 관청 소속 장인이 만든 경북 영주 흑석사 소장 ‘법천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1458)과 승려 장인이 제작한 ‘목조비로자나여래좌상’(1622).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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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임진왜란(1592~1598) 이후 불교미술은 활발히 제작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조선 후기의 조각승은 1000여 명, 화승은 2400여 명에 이른다. 이 시기는 불교미술의 르네상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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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대흥사 ‘석조천불좌상’은 화승 현정(賢正) 등 44명이 1817년(순조 17) 제작했다. 일본에 표류했다가 극적으로 돌아온 불상이다. 어깨에 ‘日本’이라고 적혀 있다. 경주 일대에서 채취되는 ‘불석’이라는 재료로 만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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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에서는 ‘화승의 스튜디오’와 ‘조각승의 스튜디오’를 연출했다. 1775년(영조 51) 작 ‘통도사 팔상도’ 4점(보물)과 그 밑그림에 해당하는 초본을 나란히 비교 전시한다. 컴퓨터 단층 촬영(CT) 결과를 이용하여 기존에 소개된 적 없는 불화 초본과 목조불상의 내부 구조도 공개한다.

제3부 ‘그들이 꿈꾼 세계’는 대표 조각승과 화승의 중요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단응, 의겸의 작품에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활약한 화승 신겸(信謙)의 ‘고운사 사십이수관음보살도’(1828년) 등을 선보인다. 제4부‘승려 장인을 기억하며’에서는 조선 후기 불·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를 함께 전시한다. 전시는 3월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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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불·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의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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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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