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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제 백신 맞아야 커피 마셔요" 방역패스 확대 첫날 '낯설지만 적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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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손님 줄었는데 패스 확인에 가게 앞엔 ‘긴 줄’
자영업자, 접종 확인 인력 등 필요에 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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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강화된 방역대책 시행 첫날인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이 방역패스 증명서를 보여주고 있다. 사적 모임은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수도권 6인, 비수도권 8인까지만 가능하고 방역패스 적용 시설은 기존 5종에서 식당과 카페를 포함한 16종으로 늘어난다.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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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턴 백신 접종확인서 있어야 해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와 수기명부를 적으려던 70대 손님 2명에게 직원이 다가갔다. 이날부터 식당·카페 등까지 확대 적용된 ‘방역패스’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손님이 확인서가 없다고 하자 직원이 손님의 핸드폰을 열어 백신 접종 완료 문자메시지 확인을 도왔다. “앞으로는 이런 문자 보여주셔야 해요.” “오늘부터인가요, 아 너무 어렵다….” 일행 중 1명인 A씨는 기자에게 “여태까진 수기명부 쓰거나 콜 체크인을 하면 됐는데, 팔십을 바라보는 사람에겐 조금 어렵다”고 했다.

■“손님은 줄었지만 방역패스 때문에 정신 없어”

유흥시설과 실내체육시설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에만 적용되던 방역패스가 16종 시설로 확대 적용된 이날, 시민들은 다소 낯설지만 새 정책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계도기간이라 접종 확인을 하지 않는 가게도 일부 있었으나, 가게도, 손님도 대체로 방역패스를 ‘연습’해보려는 분위기였다.

오전 11시45분쯤 서울 종로구 한 쌀국수집 입구엔 점심시간에 맞춰 밀려든 손님 열댓 명이 줄지어 방역패스 확인을 기다렸다. 음식점 내부는 한산했으나 방역패스 확인이 지연돼 가게 밖까지 줄이 늘어섰다. 가장 먼저 도착한 한 손님은 “오늘부터 방역패스 계도기간이라 2차 접종 확인이 필요하다”는 종업원의 말에 카카오톡 백신 인증 페이지를 켰지만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접종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뒤이어 들어온 일행 역시 인증 페이지를 찾지 못했다. 이들은 2차 접종이 완료되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여준 다음에야 음식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인근 다른 떡볶이집 사장 B씨는 “미접종자는 1명밖에 못 오기 때문에 사람이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면서도 “손님은 줄었지만 한 사람씩 일일이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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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강화된 방역대책 시행 첫날인 6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무교동 음식거리에서 방역패스 확인 및 인원 조정이 시행되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적 모임은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수도권 6인, 비수도권 8인까지만 가능하고 방역패스 적용 시설은 기존 5종에서 식당과 카페를 포함한 16종으로 늘어난다.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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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적용 제외 시설인 백화점도 푸드코트에서만큼은 방역패스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한 백화점 지하 1층 푸드코트 분식점에서는 서빙하는 직원이 입구와 주방을 바삐 오가며 손님들의 접종 여부를 확인했다. 입구에는 ‘방역패스 적용매장’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같은 층 스시집 한 직원은 “아직은 별 문제가 없지만, 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감염 확산이 걱정”이라며 “QR은 원래 준비돼 있었고, 새 인원제한 안내문을 붙일 예정”이라고 했다.

계도기간이라 체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는 아르바이트생 2명이 점심시간 이후 몰려드는 인근 직장인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미처 방역패스를 확인하지 못했다. 손님 3명이 음료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기까지 QR체크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길게 줄 늘어선 선별진료소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오미크론 변이도 확산하는 영향으로 선별진료소에는 시민들이 계속 몰렸다.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엔 마감시간인 오전 11시50분을 30여분 앞둔 시간에도 200명이 넘는 시민이 차례를 기다리며 골목길을 따라 늘어섰다. 진료소 측은 며칠 전 검사가 몰려 검사 결과 발표가 늦어졌다는 문자를 검사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진료소 관계자가 길로 나와 대기하는 사람들에게 “마감까지 이 인원 다 검사 못 받는다. 차라리 오후 1시에 오는 게 빠르다”고 안내했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최모군(6학년)도 친구들과 1시간 넘게 줄을 서 있었다. 최군은 “반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오늘은 1교시만 하고 검사를 받으라고 해 급히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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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성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인파가 몰려 있다. 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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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줄었는데 아르바이트 늘려야 하나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35년째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우상돈씨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8명 예약 문의가 들어오면서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오늘 갑자기 다 없어졌다”며 “대학로 상권이 이미 예전같지 않은데 코로나19까지 겹쳐서 더 죽으려 한다. 폐업도 쉽게 못 하니 속상하고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한다”고 했다.

특히 직원이 적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감염 확산에 방역패스까지 이중고가 겹쳤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성북구 스터디카페 사장 김현인씨(45)는 원래 무인으로 가게를 운영했지만 방역패스 도입 이후 사람을 추가로 써야 할 상황이라 걱정이 크다. 백신 접종 여부를 체크할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매출 감소로 전엔 2~3명씩 쓰던 아르바이트도 1명으로 줄인 터였다. 김씨는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서 영업시간도 줄였는데 아르바이트를 써야 한다”며 “방역패스를 하긴 해야겠지만 못 해도 2명은 써야 할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다. 인근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김미진씨(48)도 “방역패스로 (접종 확인을 위한) 공용 태블릿 PC도 새로 사고 사람도 늘려야 하는데 지출만 나가는 것”이라며 “24시간 동안 누가, 언제 올지 몰라 계속 대기해야 한다. 갑자기 방역패스가 도입돼서 당황해 주말 내내 잠도 못 잤다”고 했다.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 포함된 업종 일각은 타 업종과의 형평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종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C씨(40)는 “(방역패스에서 제외된)오락실엔 모든 PC방에 설치된 유리 칸막이도 없는데 PC방만 방역패스 대상에 포함됐다”며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PC방에 대해 잘 모르고 정책을 만든 것 같아 서운하다”고 말했다. 다만 “확진자 수나 오미크론 변이 소식을 보면서 손님과 가족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며 “오후 10시 운영제한을 추가 도입한다고 해도 반발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C씨는 매장 창문에 ‘방역패스 운영 매장’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써 붙였다.

조해람·강은·이홍근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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