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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레카] 일상 회복과 ‘위다웃 코로나’ / 이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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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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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된 이후 도심의 밤 풍경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밤늦게까지 식당과 술집이 시끌벅적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늦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좌석에 널브러져 있는 취객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술자리는 1차만’이 뉴노멀로 자리잡는 듯하더니, 벌써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위드 코로나’가 아니라 ‘위다웃 코로나’ 같다는 푸념도 들린다.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했듯이, ‘위드 코로나’는 단기간 안에 코로나19 종식이 어려우니 당분간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자는 개념이다. 일찌감치 ‘위드 코로나’를 예견했던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0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위드 코로나’는 우리가 코로나19에게 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과 동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겨서 얻은 ‘전리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용어를 쓴다. ‘위드 코로나’가 방역을 급격하게 완화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반론도 적잖다. 오히려 ‘일상 회복’이란 말이, 이제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9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보다는) ‘위드 코로나’가 더 현실적인 대답이 될 듯하다”며 ‘위드 코로나’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도 개인과 사회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모습.”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일상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란 말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일상을 되찾게 될 거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26일 ‘거리두기 강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백도’(후퇴)는 안 된다”고 말한 것에서도 그런 인식이 묻어난다. 그러나 코로나와 공존하려면 유행 상황에 따라 일상에도 전진과 후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싱가포르도 수시로 방역 수위를 조절해왔다. 이런 점에서 지난 3일 정부가 거리두기를 부분적으로 강화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이종규 논설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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