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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20년된 다세대주택 종부세, 198만원→1억3100만원…"안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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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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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일대 빌라촌.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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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다세대주택 15가구를 지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60대 김모씨. 19년째 임대사업을 해오던 중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사업자등록이 자동 말소됐다. 이로 인해 졸지에 '15주택자'가 된 그는 종합부동산세가 지난해 198만원에서 올해 1억3100만원으로 66배 넘게 급증했다. 그는 "다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10년간 임대해야 하고, 임대보증보험도 가입해야 하며, 중도에 팔면 가구당 30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한다기에 건물을 팔려고 했다"며 "하지만 매수 문의가 전혀 없다. 대부분 방 1~2개 소형주택이라 관리가 불가능해 별도 매각도 어렵다. 이것은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고 토로했다.

공시가격 상승,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으로 다주택자와 법인의 세부담이 급증한 가운데, 지난해 7.10 정책에 따른 임대사업자 등록 강제말소 조치가 후폭풍을 낳고 있다. 특히 다세대, 원룸 등 비아파트 위주로 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들의 세부담이 급증했는데 이들이 대부분 소득이 적은 고령층이어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10 임대사업자 규제, 종부세 인상으로 직격탄

6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전국 등록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 약 150만 가구 중 80% 이상이 다세대, 원룸,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유형이다. 이 가운데 상당 비중이 고령층이 장기간 임대로 운영한 노후 주택이다.

서울에 사는 80대 노부부인 임모씨와 이모씨도 종부세 납부액이 지난해 75만원에서 올해 1억1210만원으로 110배 급증했다. 작년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로 기존에 거주하는 재건축 아파트 1채가 종부세 합산 과세 대상이 되고, 다세대주택에 대한 과세대상 배제 혜택이 사라진 탓이다. 임씨는 "아파트는 6월 시세보다 1억 낮춰 매물로 올렸지만 재건축으로 매도가 불가능하고, 다세대주택 연 임대료를 모두 합쳐도 관련 종부세를 못낸다"고 토로했다.

본인이 실거주 중인 서울 아파트 1채 외에 도시형생활주택과 원룸형 다세대를 부부 공동명의로 등록한 노모씨는 임대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이후 보험료가 월세 수입의 절반이 넘어 임대사업자 등록을 자진 말소했다. 그러자 '19주택자'로 인식돼 지난해 400만원이었던 종부세가 올해 7100만원으로 17배 넘게 올랐다.

이외에도 20년 이상 임대사업을 운영한 고령층을 위주로 기존에 보유한 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를 처분하지 못해 종부세 납부액이 급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1994년 이후 정권 성향과 관계 없이 지원과 육성 위주로 운영된 민간 임대사업자 제도가 '다주택=적폐'란 현 정부의 정책 기조로 급변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적지 않다.

현 정부도 2017년 출범 직후엔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한 민간 임대사업자 지원책을 강화했다. 그러다가 다주택자 특혜 지적이 나오자 정책 방향을 바꿨고, 법 시행 후 문제가 발생하면 땜질 보완하는 방식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7.10 대책 발표 이후 1년 간의 유예 기간에 임대사업자 단체 등 관련 기관은 이런 문제점을 예견하고 거듭 보완책을 주문했으나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기간 내에 처분하지 못한 납세자 책임도 있다는 논리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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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관계자들이 우편으로 발송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분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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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가입 요건 완화 검토…임대인협회 "실익 없다" 반박

그래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정부는 부채비율이 100% 초과하는 임대사업자라도 한시적으로 보증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미봉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성창엽 대한임대주택인협회 회장은 "법 시행 이전에 체결된 계약에 대해선 보증보험 가입을 유예한다는 조치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아무런 실익이 없다"며 "만약 임대보증보험 가입을 하지 못한 상태로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2년 뒤엔 또 다시 불안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임대사업자들이 유예 기간 주택을 처분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모여있는 다세대 주택은 대부분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지어진 노후 주택으로 개별 매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택 시장 현실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모든 규제를 원상태로 복구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미세한 법개정은 효과가 적다고 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세대 등 비아파트 보유자에 대한 과도한 세부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주택자 정의를 수정하거나 주택 유형별로 다른 과세방식을 채택하는 방식이 가능할텐데 이런 변화는 오히려 제도를 더 복잡하게 하고 또 다른 투자 빈틈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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