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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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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연설엔 '文' 언급 없었다…"위선적인 민주당 정부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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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6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연설에는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 정부’라고 지칭했다. 연설 서두에서 정부에 날을 세우긴 했지만, 이후에는 정부 비판 대신 본인의 구상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160일 전인 6월 29일 출마 선언 당시 “문재인 정권”이라고 표현하면서 연설 대부분을 정부 공격에 할애했던 것과는 차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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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빨간 목도리를 들고 청년들과 대선 승리 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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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경기장 케이스포(KSPO)돔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윤 후보는 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 문제를 정부·여당의 주요 실정으로 꼽았다. 그는 “민주당 정부는 중환자 병실을 늘리는 데 써야 할 돈을, 오로지 표를 더 얻기 위해 전 국민에게 무분별하게 뿌려댔다”며 “국민의 귀중한 목숨보다 선거에서의 표가 더 중요하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추진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이어 “집 없는 국민은 급등한 전세보증금과 월세 때문에 고통받고, 집 있는 국민은 과중한 세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며 “서민의 잠자리를 내팽개치고 부패 기득권의 사익을 챙기는 민주당 정부는 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냐”고 날을 세웠다. “지겹도록 역겨운 위선 정권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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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빨간 목도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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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연설에선 정부의 실정 대신 대신 본인의 구상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특히 당과 선대위의 운영 방침을 상세하게 밝혔다. 윤 후보는 “과거에는 선대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실제로는 소수의 외부 캠프가 선거 운동의 중심이었다”며 “이제는 선대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불거진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휘하는 선대위에 권한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년 대선을 6월 지방선거와 2024년 총선 승리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만에 하나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두 선거도 뼈아픈 패배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대선에서 반드시 이겨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승리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원들을 향해서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며 “백 가지 중 아흔아홉 가지가 달라도 정권 교체의 뜻 하나만 같다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대선 출마 선언이 소속 정당 없는 ‘정치 신인’ 윤석열의 반문 정체성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 이번 선대위 출범식에선 제1야당 대선 후보의 면모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지난 6월 말 출마 선언에서는 반문 메시지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이 정권의 무도한 행태를 나열하기도 어렵다”거나 “이권 카르텔, 국민 약탈, 부패완판 대한민국” 같은 수위 높은 표현도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자신을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윤 후보가 구상하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알기 힘들다”(야권 관계자)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민은 정권 교체 요구와 동시에 어떤 새로운 나라를 만들 것이냐고 묻고 있다”며 자신이 지향하는 키워드로 자유와 공정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공정은 현란한 말솜씨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살아온 묵직한 삶의 궤적이 말해주는 것”이라며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윤석열표 공정으로 나라의 기본을 탄탄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현란한 말솜씨’나 ‘묵직한 삶의 궤적’이라는 표현을 두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공정한 경쟁 여건을 조성해 민간이 창의와 상상을 마음껏 발휘하는 경제를 만들어 경제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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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 구축도 강조했다. 그는 “무주택 가구, 비정규직, 빈곤층 모두 우리 가족이고 이웃”이라며 “이분들이 든든하게 보호받도록 사회 안전망을 두툼하고 촘촘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대선 승리를 위한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중도층을 겨냥한 외연 확장에 대해선 “당 혁신으로 청년과 여성을 보강하고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 기반을 확장해 대선 승리의 핵심 주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후보가 연설문 초안을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향후 윤 후보가 1호 공약을 발표하는 등 구체적인 ‘윤석열표 정책’ 알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 뒤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최근 불거진 일련의 당내 갈등에 대해 “이견이 표출되고 합의점을 이루는 게 민주주의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불편한 관계를 놓곤 “조금씩 생각이 달라도 힘을 모아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 했다. 또 당내 경선에서 경쟁한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선 “조만간 찾아뵙겠다. 바깥에서 응원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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