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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르포]냄새도 없고 소음도 적다…순수 국내 기술 수소선박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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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장생포항서 수소선박 체험

소음은 기존보다 30% 저감…내연기관 없어

선박업계, 관련 법 통과만 기다리는 중

아시아투데이

에이치엘비의 ‘블루버드호’(앞), 빈센의 ‘하이드로제니아호’/사진=최연재 기자



울산/아시아투데이 최연재 기자 = 수소 기반 운송수단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충전시설 등 기본적인 인프라 확보가 필수 요소다.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접근해보면 여전히 수소 관련 인프라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수소 기반 사회는 멀지 않은 미래에 도래하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피부로 와닿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승용차보다는 특정 지역을 오고가는 화물차·선박·도심항공시스템에서 더 빠르게 수소 경제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3일 기자는 수소생태계가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을 8인용 수소선박인 ‘블루버드’ 시승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울산 장생포항 부두에서 고래박물관까지 약 20분간 진행된 시승행사는 수소 운송 시스템의 장점을 피부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블루버드의 첫 인상은 기존 일반 선박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시동 버튼을 누른 다음부터는 친환경 선박이라는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수소연료전지 만으로 동력을 얻는 만큼 내연기관 보트를 탈 때 경험하는 기름과 매연 냄새로 인한 불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여기에 강렬하게 귀청을 때리는 엔진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아 편안한 시승을 배가 시켰다.

수소선박의 가격은 약 10억원 미만으로 책정됐으며 관공서 위주로 선 판매될 예정이다. 이미 전시회에서 소개된 블루버드호는 일반 선주 등 민간인 고객도 구매의사를 내비추고 있다고.

구명정 제작을 주로 하던 에이치엘비는 지난해 1월부터 ‘수소연료전지 추진시스템을 적용한 친환경 소형선박 개발 및 실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초 12m급 레저용 소형선박 블루버드 제작을 완료했으며 6월부터 장생포항 앞바다에서 실증을 진행 중이다.

블루버드 6톤급으로 길이 11.9m, 폭 3.3m, 높이 3.5m로 섬유강화플라스틱(FRP)로 제작됐다. 운항은 △수소연료전지 △전기배터리 △수소연료전지·전기배터리 하이브리드 총 세 가지 형태로 가능하다. 탑재된 수소 8㎏을 충전하는데 약 40분이 소요되며, 25㎾ 연료전지 전력으로 6시간 동안 최대 6∼12노트(시속 11.1∼22.2㎞)로 운항할 수 있다. 현재는 안전성 점검용으로 하루 2∼3시간가량만 운항중이며, 2배 긴 운항도 준비 중이다.

충전은 장생포항 소형선박 부두에 실증 사업을 위해 구축된 수소선박용 수소충전소에서 이뤄진다. 충전 방식은 파이프라인에서 수소가스를 공급받아 수소 압축패키지로 압축한 뒤 저장했다가 충전기를 통해 충전한다. 튜브 트레일러를 공수해와 주유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면적도 적게 차지할 뿐더러 운송 도중의 사고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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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모터 쿨링 시스템. 뜨거워진 수소 열을 쿨링 시스템으로 온도를 낮추도록 설계돼 있다./ 사진=최연재 기자



수소선박은 기존의 벙커C유 선박과 달리 소음도 30% 가량 적다. 실제로 전기차처럼 무소음까지는 아니지만 배에서는 수소 모터 쿨링 시스템 소리만 들렸다. 노철민 에이치엘비 기술연구소 팀장은 “외부에 노출된 선외기 타입이다 보니 소음이 완전히 없을 수는 없다”며 “기술적으로 더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루버드호는 낚시·레저·어업지도선 등 다목적선으로 활용되도록 개발됐다. 8인용 선박은 이미 상용화 준비를 마친 상태이며 내년에는 40인승 여객선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3~5년의 제작 기간을 거친 뒤 관공서 등에 판매하고 초대형 크루즈호까지 제작한다는 목표다.

노 팀장은 “기존 선박처럼 유증기 폭발사고 위험은 없다”며 “친환경적이라는 자부심뿐 아니라 안전성도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속도 문제도 연료전지 효율 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소선박 실증 사업에 같이 참여한 빈센의 ‘하이드로제니아’는 ‘블로버드호’와 달리 친환경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무게는 7.9톤급으로, 길이 10m, 폭 2.9m, 높이 1.9m로 레저용 6인승으로 개발됐다. 소재와 크기 방식이 다른 이유는 똑같은 연료전지가 탑재됐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실증해보기 위해서다.

빈센 관계자는 “13~16m급 수소선박도 제작해 내년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20㎿ 출력의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대형 선박을 2026년까지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빈센은 수소 선박으로 싱가포르 국가 사업도 참여 예정이다.

그러나 수소선박 사업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법 제도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적어도 내년에는 건조·검사법 등이 마련돼야 기업들이 추가 연구 개발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노 팀장은 “법이 빨리 통과돼야 각 조선소도 친환경 선박을 쓸 수 있다”며 “정부의 규제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내년에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통과 시 바로 양산 체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한 연료전지효율 개선과 함께 초소형부터 초대형, 매달 한 척 제작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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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드호에서 바라본 울산 장생포항 전경/사진=최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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