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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태원 "배터리 투자액 겁날 정도…美반도체 투자계획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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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WSJ과 인터뷰…"반도체 시장 크지만, 문제는 인력.비용"

"포드와 배터리 합작…대규모 투자 부담+신뢰 형성 때문"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직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은 없다면서도 전제 조건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배터리(이차전지) 사업과 관련해 20년 가까이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적자인 현 상황을 언급하며 “겁이 난다”(scared)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미 반도체 공장 건설 여부에 대해 “시장이 크지만 문제는 인력과 비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가 많지만, 생산을 위한 기술 엔지니어가 많지 않아 공장을 짓는 것 자체가 완전히 다른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주(州) 테일러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을 확정 지으며 경쟁사인 SK하이닉스(000660)도 미 생산 거점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생산시설이 한국과 중국 단 2곳에만 있어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간 패권경쟁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았다. 특히 지난 2일 SK하이닉스는 ‘인사이드 아메리카’(Inside America) 전략을 실행할 미주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그 산하에 미주 연구개발(R&D) 조직을 만들었다고 발표한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부추겼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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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 배경으로 대규모 투자 부담을 거론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사업 자회사 SK온은 미국 포드(Ford)와 합작 설립한 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총 129GWh 규모의 공장을 짓는 데 5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온 자체적으로도 조지아주에 9.8GWh 규모의 1공장과 11.7GWh 규모의 2공장을 짓는다. 1공장은 내년 초, 2공장은 2023년부터 각각 상업 가동할 계획으로 이들 공장엔 총 3조원가량이 투자됐다. 이외에 또 다른 주요 전기차 시장인 유럽·중국에도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최 회장은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지 거의 20년이 됐지만, 아직 손실을 보고 있고, 설비투자(capex)액이 엄청나 가끔 그 수치가 두려울 정도”라며 “합작투자는 설비투자 지출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포드와의 파트너십과 관련해선 “오랜 세월 함께 사업해 신뢰가 형성됐다”고 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행복 경영도 강조했다. 그는 “행복 경영과 관련해 그룹이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연구하고 있다”며 “기업의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더블바텀 라인(double-bottom line) 회계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모든 사람의 최종 목적은 행복이고 SK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며 “아직 이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 SK만의 것을 개발하고 있고, 최근 직원의 행복 조건 설문조사에서 평균 점수가 65~70점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WSJ은 SK그룹이 2021~2025년 반도체와 배터리, 친환경 기술, 바이오 등에 400억달러 투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SK그룹이 삼성, LG 등 가족 경영 대기업을 지칭하는 재벌에서 부분적으로 벗어났지만 여전히 가족 기업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세대로의 회장직 승계 문제와 관련해 의사회 의결로 결정할 문제라면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최 회장의 장남인 인근씨는 SK E&S에, 차녀 민정씨는 SK하이닉스 미국지사에 각각 근무하고 있으며 장녀 윤정씨는 SK바이오팜에 근무했다. 그는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고 제 자녀도 노력해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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