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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래 변화에 도전, 하지만 두려움도”…최태원, 외신과 인터뷰서 속마음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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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최태원회장이 외신과 연달아 인터뷰를 하며 미래 변화에 대한 도전의지를 드러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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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B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과 연달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ESG 등 미래 변화를 위해 도전할 뜻을 내비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일 불안한 경영 환경에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며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12월 5일 최태원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거의 20년 동안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해왔고, 많은 돈과 연구개발(R&D) 노력을 걸었지만 여전히 돈을 잃고 있다”면서 “CAPEX(자본 지출) 규모가 엄청나 가끔은 정말 무섭기도 하다”고 밝혔다. 다만 기대감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전기차 시장) 상황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 모든 사람이 전기 자동차를 갖고 싶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SK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 등에 약 150억달러(약 17조8000억원)를 투자한다. 이 기간 반도체·그린 기술·바이오 제약에 대한 자본 지출은 400억달러(약 47조3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밝혔다.

12월 6일 공개된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인스타그램 소통 등 가벼운 주제부터, ESG, 후계 구도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SK ESG 경영 목표를 묻는 질문에 최 회장은 “현재 SK그룹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 1%에 달하는 2억t을 줄이기 위해 투자하고 노력 중이다. 2030년까지의 목표다. 탄소 배출을 위한 투자와 솔루션을 위한 책임 분담 그리고 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저탄소 사회에서는 기회도 많이 있다. 사회적 가치, 경제적 가치를 함께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워싱’에 대한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린워싱이라는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회색 지대 기업들도 그 나름 ESG 경영 성공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기업들이 어떻게 그레이(일반 산업)에서 그린(친환경)으로 바꾸는지 직접 보고 들었다면 ‘그린워싱’이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민관 협력을 묻는 부분에서는 ‘정부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해당 질문에 최 회장은 “공공과 민관 협력은 중요하다. 모든 자원과 협력을 끌어모아야 한다. 기후 변화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정치 논리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과거의 유착 관계가 아닌 ‘미래’를 위해 함께 힘을 합치는 수준이라고 답한 것이다.

다소 민감한 후계자 문제도 거론됐다. 다만 최 회장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들은 자기만의 삶이 있다. (회장 자리를) 강요할 생각이 없다. 회장은 큰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말하며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제 자녀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녀들도 회장을 하려면 이사회 동의 얻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최 회장은 슬하에 딸 윤정 씨, 민정 씨, 아들 인근 씨를 두고 있다.

무거운 주제로만 인터뷰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인스타그램 근황을 묻는 대화도 오갔다. 최 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아들과 테니스를 하는 사진을 올렸는데, 한 네티즌이 ‘내가 더 잘생겼다’고 답해 기분이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폴로어 경쟁을 벌이냐는 질문에는 “전혀 경쟁한다는 생각이 없다. 그저 소통용으로 재밌게 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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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안정을 꾀하면서도 몇몇 젊은 인재를 파격적으로 선발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SK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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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폭 행보 더불어 임원 인사 단행

▷안정 추구하지만 ‘파격 혁신’도

앞선 12월 2일에는 SK그룹 임원 인사·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키워드는 ‘안정 속 파격’이다. SKC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들을 유임하며 안정을 꾀한 가운데, 젊은 인재들을 파격적으로 선임하며 그룹 내 활력을 더했다.

SK㈜등 주요 계열사는 이날 총 133명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2020년 109명, 2021년 103명 등에 비해 올해는 신규 임원 수가 더욱 확대됐다. 주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67%가 배출됐다.

이번 개편을 통해 새로운 부회장 2명이 탄생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장동현 SK㈜ 사장이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김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역임하면서 주요 현안이었던 2차 전지 배터리·분리막 사업 부문 물적 분할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았다. LG그룹과의 배터리 분쟁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이 추진 중인 친환경 사업 전환 업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25년까지 총 30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임무도 함께 맡게 됐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SK㈜를 투자형 지주회사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주역이다. SK 투자 부문을 첨단소재와 그린, 디지털, 바이오 등 4대 핵심 사업 중심으로 분할, 매년 약 1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총괄해왔다. 앞으로도 각 투자 부문 전문성을 강화해 신규 사업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인재를 파격적으로 등용한 점도 눈에 띈다.

SK하이닉스가 사업총괄 사장에 선임한 노종원 부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 신임 사장은 1975년생으로 KAIST 물리학과 졸업 후 2003년 SK텔레콤에 입사했다. 2016년 임원으로 발탁됐고 5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SK그룹에서 40대 사장이 나온 것은 2020년 말 1974년생 추형욱 SK E&S 사장 이후 1년 만이다. 생산직 출신 중에서는 손수용 담당, 여성 임원으로서는 신승아 담당을 발탁했다. MZ세대 중에서는 우수 리더로서 1982년생 이재서 담당 등을 신규 선임했다.

‘북미 사업 강화’ 기조가 뚜렷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반도체, 에너지 등 미국 사업 비중이 큰 관계사들이 일제히 북미 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주요 CEO에게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겼다. CEO로 일하는 동시에 북미 사업총괄이라는 새로운 임무가 더해진 셈이다. 재계는 이번 인사를 통해 최태원 회장이 최근 강조한 ‘글로벌 스토리’에 대한 본격적인 실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SK하이닉스의 북미 사업을 강화·확대하는 조직인 ‘미주 사업’을 총괄한다. 미주 사업 산하에는 미주 R&D 조직을 신설한다. 인텔 낸드 사업 인수에 대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미주 사업을 통해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낸드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유수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정준 SK E&S 부회장은 SK E&S의 에너지솔루션 미국 자회사인 패스키(PassKey)를 이끈다. SK E&S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진출 확대와 함께 미국 에너지솔루션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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