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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英 오미크론 격리비' 600만원 폭탄…분노 더 키운 '끔찍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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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한 입국자 격리 조치가 때아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6개국을 ‘레드 리스트’(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레드 리스트국에서 입국한 여행객은 열흘간 ‘호텔 의무 격리’하도록 했는데, ‘인권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 백만원의 격리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라는 여행객과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정부 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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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호텔에서 '의무 격리' 하고 있는 아프리카발 입국자들이 공개한 한끼 식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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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오웬 핸콕(35)과 에밀리 메니(30) 커플은 지난달 남아공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오미크론 변이에 발이 묶였다. 출국 때만 해도 남아공은 여행이 허용되는 ‘그린 리스트’ 국가로, 입국 후 의무 격리가 면제였다. 그런데 귀국 전날 남아공이 레드 리스트에 오르면서 일정이 엉망이 됐다.

이들은 조치 시행 전 귀국해 격리 조치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항공편은 동이 난 상태였고, 귀국 후 격리할 호텔까지 구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어렵사리 영국으로 돌아왔지만, 열흘간 호텔에 격리됐고 2인 격리 비용 4000파운드(약 625만 원) 청구서까지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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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서 한 승객이 공중 보건 안내문을 지나가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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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정부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격리 조치는 ‘불법적 자유 박탈’이라며 이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온라인 청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우리가 영국을 떠날 때만 해도 호텔 격리는 의무가 아니었다.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사전 통보 없는 조치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니 정부가 지원하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4만 명 이상이 동참한 상태다.

특히 입국자들 사이에서는 격리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영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레드 리스트 국가 발 입국자들을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정해진 공항 인근 호텔에서 열흘간 격리해왔다. 성인 1인당 2285파운드(약 370만 원)의 비용은 본인 부담이다. 이 비용은 당초 1750파운드(약 277만원)였지만, 정부는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하겠다며 지난 8월 가격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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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SNS에 올라온 영국의 호텔 의무 격리자 식단. [인스타그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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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격리 프로세스는 미흡하고, 서비스는 엉망이라는 것이다. 입국자들에 따르면 공항에서 호텔에 들어가려면 평균 6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한 입국자는 “공항에서 차로 30초면 갈 거리를 6시간을 기다렸다”며 “환기도 안 되는 만원 버스에 수 시간 동안 무방비로 방치됐다”고 토로했다. 부실 식단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호텔 격리자들이 SNS에 올린 식단을 보면 작은 머핀, 구운 콩, 작은 사과가 전부다. 지난 2일 귀국한 케이트 프리드 부부는 호텔 격리는 “끔찍한 경험”이라며 “정부의 격리 조치에 반대하지 않는 건 아니나 비용과 과정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가를 상대로 한 입국자 의무 격리 조치에 대한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영국 정부는 사과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정부는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일이었다. 오미크론과 같은 새 변이의 위험에 방어하기 위해 모든 필수적인 검사 조치가 강화된 것”이라며 “국경에서의 엄격한 조치와 호텔 의무 격리 조치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민정기자·장민순리서처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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