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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정책발언대] 세계자연유산 K-갯벌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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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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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갯벌(Getbol)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2007년 제주도 등재 후 두 번째 쾌거다.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유럽 와덴해(갯벌) 경우, 2009년 등재 후 최근 연간 수익은 7조5000억 원에 달한다. 쓸모없는 땅으로 인식돼온 갯벌이 ‘쓸모있는 땅’으로 변신했다.

갯벌이 그동안 푸대접을 받아온 이유는 자명하다.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또 일반 국민에게 알리려는 노력도 충분치 않았다. 30여 년의 갯벌 연구 역사를 가진 우리가 한국 갯벌의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NGO 중심의 갯벌 보전 운동 노력도 끊이지 않았지만 역시 한계는 있었다.

여하간, 그렇게 지난 반세기, 갯벌은 연안개발 논리에 밀렸고, 결국 대규모 간척과 매립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 그러나 갯벌의 가치는 실로 크고, 상상 그 이상임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 서해를 포함한 황해 갯벌(1만000㎢)은 와덴해 갯벌(약 4700㎢)과 비교해도 규모나 해양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세계적이다. 필자는 최근 우리나라 전 해역에 서식하는 해양저서무척추동물이 1915종(갯벌 약 1000종)에 이른다고 세계학계에 보고했다. 와덴해 400여 종, 영국 530여 종, 터키 685종, 북태평양 576종보다 월등히 많은 수다. 한국 갯벌의 해양생물다양성이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임은 이제 상상도 추측도 아닌 사실이 됐다.

생물다양성은 쉽게 생물의 종수로 대변된다. 생물의 종류가 많으면 생물다양성이 커지고, 이는 곧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음식(반찬)의 종류가 많으면 골라 먹을 수 있고, 편식을 줄이면 더 건강해지는 이치와 같다. 갯벌에서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때 유네스코가 주목받은 점은 경관과 철새였다. 철새는 왜 서해 갯벌을 택했을까? 먹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서해 갯벌에는 갯지렁이, 이매패류, 중소형동물과 같은 철새가 좋아하는 먹이가 많고 다양하다. 그리고 이들 먹이생물의 최초 먹잇감이 갯벌 규조류라는 점이 중요하다. 필자는 최근 서해 갯벌의 저서미세조류 다양성과 그 일차생산력(광합성)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밝혔다. 이번 세계자연유산 등재 과정에서 갯벌의 우수한 해양저서무척추동물 다양성과 미세조류의 기능적 역할이 주목받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갯벌의 해양생물다양성은 소위 생태계서비스 관점에서 지지서비스에 해당한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제적 혜택인 생태계서비스는 크게 공급, 조절, 문화, 지지의 네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우리 밥상에 오르는 갯벌 어패류는 공급서비스에 해당한다. 둘째, 최근 필자가 세계 최초로 밝힌 한국 갯벌의 탄소흡수 능력은 기후조절 기능과 관련된 조절서비스다. 셋째, 문화서비스는 갯벌 체험, 여가, 교육을 통한 문화적 혜택을 말한다. 이 공급, 조절, 문화서비스를 모두 지탱해주는 것이 바로 지지서비스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갯벌은 지지서비스가 매우 우수하고, 그 결과 나머지 서비스도 모두 커진 것이다.

지난 40년 절반의 갯벌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잘 버티고 있는 한국의 갯벌이 대견하고 놀랍기만 하다. 갯벌이 사라지면 생명이 숨을 쉴 수 없고, 나아가 기능도 점차 상실된다. 이때껏 자랑해온 세계적 수준의 해양생물다양성을 유지, 복원해서 그 기능을 회복해줘야 한다. K-갯벌은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나가고 미래에 물려주어야 할 세계인의 자연유산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3국이 함께 관리하는 유럽 와덴해처럼, 서해 갯벌도 한·북·중 3국 협력 관리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서해 전체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확대하는 대한민국 해양수산부의 K-해양보호정책 리더십이 기대된다.

[김종성 서울대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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