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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연합시론] 美 "베이징올림픽 외교적보이콧", 종전선언 구상 여파 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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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방침 밝히는 미 백악관 대변인
(워싱턴 EPA=연합뉴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해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도 베이징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12.7 sungok@yna.co.kr



(서울=연합뉴스) 결국 미국 정부가 내년 2월에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 정부는 신장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해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도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 검토 입장을 밝힌 지 18일 만이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파견하되 개·폐회식 등 행사 때 국가지도자 등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미국이 우리 정부에도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도록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베이징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구축의 진전된 계기로 삼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기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격화하는 미·중 대치 구도에서 베이징 올림픽이 우리나라에 호재가 아닌 오히려 부담스러운 이벤트로 점차 변하는 모양새다. 미중 갈등의 격화라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중요하게 된 형국이다.

이날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방침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9∼10일 약 110개국과 함께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발표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참석 대상인 이 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권 출범 초기부터 민주와 인권을 기치로 내걸고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해온 대형 행사라고 한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함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연쇄 동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고 현재 영국, 캐나다, 호주가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이미 유럽의회는 지난 7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이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함에 따라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에서 공론화에 나설 경우 아태 지역 주요 동맹국인 한국도 본격적으로 동참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비록 사키 대변인이 미국이 동맹들에 외교적 보이콧 결정 사실을 알렸다면서도 그들의 보이콧 여부는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밝혔지만 당장 종전선언 등 현안에서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우리나라로서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다른 나라 정부의 외교적 결정이라 특별히 언급할만한 사안은 없다"면서 "베이징올림픽이 동북아와 세계평화·번영에 기여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최근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난 2일 중국 톈진(天津)을 방문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외교담당)과 장시간 회담한 데서도 나타나듯 우리나라로서는 지정학적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의 적극적 협력과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난제를 풀어가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으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미중 4자가 종전선언에 협의할 가능성은 사실상 무산됐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감지됨에 따라 중국도 지난달 말 최대한 간소하게 올림픽을 치른다는 기조를 천명한 상태였다. 더욱이 북한이 국가 차원의 선수단 파견을 할 수 없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를 받은 터에 중국이 '간소한 대회'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림픽 기간 방중은 성사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최근 "베이징 올림픽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종전선언이 영향을 받는다고 연결하지는 말아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 문제는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지 않겠나"라고 덧붙여 올림픽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에 다소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이 장관의 언급처럼 베이징 올림픽이 종전선언의 무대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보이콧 결정이 현정부 임기 말 평화프로세스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결국은 정부가 굳건한 의지를 갖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멀리 내다보며 현실에 두 다리를 딛고 서서 지혜롭게 대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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