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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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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미국 첫 무대 섭외한 이 사람 “그때도 BTS는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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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 인터뷰]

“7년 전도 팬과 소통하는 신인 BTS 특별해 보였어요”

지난달 미국 제작사 엔데버 콘텐츠 인수한 CJ ENM

영화 ‘케이팝: 로스트 인 아메리카’ 캐스팅 준비 중


한겨레

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가 11월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 로비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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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처음 미국에서 공연한 때는 2014년이었다. 그해 방송된 국내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메리칸 허슬 라이프>(엠넷)에 방탄소년단의 첫 미국 공연 모습이 담겼다. 무대를 마친 방탄소년단은 “미국 공연은 처음인데, 이렇게 많은 분이 와서 응원해주시니 정말 좋았다. 환대해주셔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을 미국 무대에 처음 소개한 안젤라 킬로렌 씨제이이엔엠(CJ ENM) 아메리카 대표(CEO)를 지난달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씨제이이엔엠 아메리카는 씨제이그룹의 미주법인이다. 그는 2011년 입사해 한국 드라마·영화·음악 통합 홍보 마케팅을 맡아왔다.

킬로렌 대표는 청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어머니 이삿짐 정리를 도와드려야 해서 편하게 입고 나왔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조안 리 전 스타커뮤니케이션 회장이다. 리 전 회장은 세계적인 홍보(PR)기업 버슨미스텔러 한국지사장 등을 거쳐 헤드헌팅 회사 스타커뮤니케이션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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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엘에이’ 공연 장면.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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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이뤄진 날은 방탄소년단이 2년여 만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펼치는 오프라인 공연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엘에이’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킬로렌 대표는 “아주 좋아하죠”라며 방탄소년단과의 인연을 얘기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케이콘(KCON)이 열리게 되었어요. 케이콘에 참가할 아티스트를 섭외해야 했죠.”

케이콘은 씨제이이엔엠이 2012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케이컬처 페스티벌이다.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무비, 케이패션, 케이뷰티 등 ‘한류의 모든 것’을 주제로 컨벤션과 콘서트를 결합한 페스티벌이다. 2012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처음 시작됐다.

“소셜미디어에서 팬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한국 신인 그룹이 특별해 보였어요. 아직 신인이었지만 미국에 팬이 많았어요. 엠넷 팀에게 섭외해달라고 요청했죠. 그 그룹이 방탄소년단이었어요. 2014년 첫 미국 공연을 케이콘에서 했어요.”

킬로렌 대표는 당시에도 방탄소년단의 미국 팬덤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한국 그룹 대부분은 국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어요. 반면 방탄소년단은 미국 팬과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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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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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이이엔엠은 지난달 19일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사인 엔데버 콘텐트 지분 80%를 7억7500만달러(약 92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규모는 씨제이그룹의 인수 사상 세번째다.

엔데버 콘텐트는 아카데미 수상작인 영화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영국 <비비시>(BBC) 인기 드라마 <킬링 이브> <더 나이트 매니저> 등의 투자·제작·배급에 참여했다.

엔데버 콘텐트의 모회사인 엔데버 그룹은 미국 작가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회사를 매각할 상대를 물색하고 있었다. 미국 작가조합은 엔데버 그룹이 배우 에이전시와 제작사(엔데버 콘텐트)를 함께 계열사로 두면 이해충돌을 일으킨다고 주장하며 지분 매각을 요구해왔다.

인수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었을까? “국내 언론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있어요. 엔데버 그룹은 유명 회사 여러 곳에서 인수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어요. 엔데버 콘텐트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회사를 키우고 싶었던 거죠. 좋은 파트너에게 매각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씨제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엔데버는 미국, 유럽 등에서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왔죠. 이스트사이드(동양)와 웨스트사이드(서양)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좋은 시너지를 낼 거라고 봐요.”

씨제이이엔엠은 이번 인수로 국외 제작과 유통 거점을 확보했다. “할리우드에는 제작사는 많지만 유통사는 별로 없는 게 현실이죠. 엔데버는 자체 콘텐츠를 만들기 전부터 강력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었어요. 이렇게 풀 밸류 체인을 갖추게 된 게 의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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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가 11월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 로비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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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렌 대표는 이번 인수를 두고 ‘씨제이 디엔에이(DNA)’를 강조했다. “우리는 (이미 성장한) 마블에 투자한 게 아니에요. 씨제이 디엔에이는 앞으로 계속 성장하는 것이죠. 엔데버 역시 마찬가지예요.”

‘씨제이 디엔에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했다. “과거에는 씨제이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뭔가 계획을 밝히면, 할리우드에선 ‘귀엽네’ 정도의 반응을 보였어요. 하지만 케이팝과 영화 <기생충> 등으로 그런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할리우드 사람들은 ‘크리에이티브 어필’(창의적인 작품)을 크게 신뢰하죠. 처음엔 씨제이의 꿈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이제는 그런 꿈을 인정하는 분위기예요.”

씨제이이엔엠은 영화 <케이팝: 로스트 인 아메리카>(가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영화는 이미경 부회장과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자 린다 옵스트가 제작을 책임지고, <해운대>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뉴욕에서 글로벌 데뷔 예정인 케이팝 그룹이 실수로 텍사스로 가게 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돈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이들이 꿈의 무대에서 공연하기 위해 뉴욕으로 가는 길을 담는다.

“지금 캐스팅을 준비하고 있어요. 윤제균 감독과 린다 옵스트가 협력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요. 두 분이 굉장히 경력도 많고, 오픈 마인드예요.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것 같아요. 케미가 잘 맞아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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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마마’ 라인업.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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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이이엔엠은 지난달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2021 MAMA)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미국에서도 행사를 열겠다고 했다. 그동안 마마는 아시아 국가에서 열렸다. 미국에서 내년에 개최 가능할지 물었다.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여러 관계자와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려요. 몇만명이 오는 행사여서 그렇죠. 앞으로 마마엔 더 많은 셀럽과 배우가 참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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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가 11월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열린 ‘카운트다운 투 2021 MAMA’ 행사에 참석했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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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지난해 미국 골든글로브·아카데미상을 받는 데 있어 씨제이가 여러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준호 감독이 아주 좋은 작품을 만들었어요. 좋은 작품이어서 네트워크를 통해 홍보도 많이 했죠. 마치 정치인이 표밭을 다지듯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하고 대화하며 공감을 쌓아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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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2020년 2월10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트로피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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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미경 부회장의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됐다. “이미경 부회장이 ‘한국 영화를 봐주신 모든 관객분께도 감사드린다’고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유머로 생각해 웃음 지었어요. 방점은 뒤에 나왔죠. 뒤이어 ‘여러분의 의견 덕분에 우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고, 계속해서 감독과 창작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죠. 이게 핵심이에요. 한국 관객은 비평도 많이 하고, 모든 걸 다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런 비판 정신을 우리는 받아들였고 더 많은 걸 개선했죠.”

씨제이이엔엠의 빅피처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물었다. “큰 그림이 뭘까요? 가전회사로 시작한 소니는 1989년 할리우드 컬럼비아영화사를 인수했죠. 하지만 그 인수로 일본 문화나 아시아 문화가 세계 시장에 소개되진 못했어요. 단지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었죠. 우리는 그만큼 큰 스튜디오는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위한 스튜디오, 진정한 글로벌 스튜디오를 만들어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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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가 11월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 로비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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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렌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중국 역사를 전공하고, 졸업 후 1993년 월스트리트 대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서도 일했다. 그는 ‘모험 지향적’ 업무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같이 일해서 뭔가 만들어내면, 자긍심이 생기고 프라이드가 남잖아요. 회사 분위기만 좋고 뭔가를 메이킹하지 않는다면 조직에선 치명적이죠. 건전한 조직 문화는 같이 즐기면서 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업가였던 어머니는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저는 중학교 때부터 어머니 회사에서 기사 번역도 하면서 일을 도와드렸어요. 그때 느낀 건, 사업은 개인 한명에게 모든 게 달려 있다는 거였죠. 대학을 졸업한 뒤 회사에 입사해서는 여럿이 모여서 만드는 일이 좀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한 사람이 만드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더 많은 걸 만들 수 있죠. 개인보다 좀 더 큰 그림을 만들 수 있는 거죠.”

킬로렌 대표는 이런 말로 인터뷰를 마치고는 어머니 이삿짐 나르는 일을 도우러 떠났다.

로스앤젤레스/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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