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삼성에 퀄컴 뺏기고, 엔비디아 찾아온 TSMC… 파운드리 전쟁 치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팹(공장). /삼성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40 시리즈 생산을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에 맡긴다. 지난해 RTX30을 생산한 삼성전자 대신 TSMC를 GPU 양산 업체로 선정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TSMC를 제치고 퀄컴의 스마트폰용 칩셋 스냅드래곤8 전량 생산을 확보했다.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7일 전자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달 초 TSMC와 차세대 GPU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대만 매체 타이완뉴스는 “TSMC가 내년에 출시되는 엔비디아의 소비자용 GPU 생산 계약을 엔비디아와 맺었다”라며 “삼성전자가 가져갔던 RTX 생산을 TSMC가 1년 만에 되찾았다”라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19년까지 데이터센터와 소비자용 GPU 생산을 TSMC에 맡겼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소비자용 GPU 제품인 RTX30 시리즈 생산을 삼성전자에 위탁했다.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생산 가격은 낮추고 제품 경쟁력은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GPU 생산은 여전히 TSMC에 의지했다.

조선비즈

엔비디아의 GPU 지포스 RTX30 시리즈 모습. /엔비디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RTX30 시리즈 생산을 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율(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기록했고, 엔비디아는 올해 소비자용 GPU 판매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TSMC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GPU 생산을 무리 없이 수행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 예정인 RTX40 시리즈 생산도 TSMC에 위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WCCF테크는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소비자용 GPU는 TSMC의 5㎚ 공정에서 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TSMC를 선택한 배경에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도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서 파운드리 업체들은 주문이 많은 고객사에 먼저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체 물량을 TSMC에 몰아주는 방법으로 TSMC로부터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약속받았다.

조선비즈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수석부사장 겸 모바일·컴퓨팅·인프라 부문 본부장이 지난 1일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 2021'에서 '스냅드래곤8 1세대'를 들어보이고 있다. /퀄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소비자용 GPU 파운드리를 확보한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전 세계 GPU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전 세계 GPU 시장 규모는 지난해 170억달러(약 20조원)로, GPU 시장은 연평균 10% 성장하고 있다. TSMC가 엔비디아의 RTX40 시리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매출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TSMC가 엔비디아 GPU 수주를 통해 전체 파운드리 점유율이 3%포인트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칩 양산을 통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의 차세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1세대’를 4㎚ 공정으로 전량 생산하기로 했다. 퀄컴이 신규 칩셋 생산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일부 TSMC에 맡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전체 물량을 확보하면서 TSMC와의 경쟁에서 앞선 것이다.

엔비디아의 소비자용 GPU 생산을 확보한 TSMC와 퀄컴을 사로잡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TSMC가 엔비디아 GPU를 가져가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이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는 있지만 고객사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고객사를 뺏고 뺏기는 경쟁을 통해 파운드리 기술이 발전하고 전략이 다변화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판단한다”라고 했다.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